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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ung Sep 20. 2024

평범한 외국인의 한국 일지

한국에 머문 지 10년이 좀 넘었고, 너무나 익숙한 타국 생활의 이야기

2024.09.10

뭐라도 좀 써보고 싶었다. 근데 뭐부터 시작해야 한가?


시작은 늘 어렵더라.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작할 용기가 안 나서 접어둔 것도 많았지. 

2023년 봄에 일본 나고야에 있는 지브리파크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두려움 때문에 결국 취소하고 말았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 나한테 한국도 외국이고, 혼자서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이미 한국에서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외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차이점 때문인가? 아님 나는 한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이제는 제2고향 같은 익숙함이 더 커진건가? 그 두려움 하나로 인해 어렵게 구매했던 지브리파크 티켓도 취소했고, 미리 예약해 둔 항공권이고 숙박이고 다 취소해 버렸다. 이러한 두려움을 안고 무슨 유럽 여행의 꿈을 꾸는지? 참 웃긴다! 

그러다가 2024년 여름 어느 날, 혼자서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채 34번째 생일날을 멋지게 보내고 싶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멋지게 보내고 싶다는 것은, 이미 생각해 둔 전남에 위치하는 생일도에 가보자는 것 말고,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거였다.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도쿄에 가서 해리포터스튜디오도 구경하고 디즈니씨와 디즈니랜드도 구경하고 오자는 걸로 땅땅땅! 이렇게 가려면 연차를 좀 써야 하는데, 마침내 생일 때쯤 회사에서 상반기 회고 기간이라 업무 걱정을 좀 내려놓고 연차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이틀 연속 연차를 쓰고, 내 생일날은 역삼 대신 도쿄의 해리포터스튜디오에서 맞이하겠다고! 이번에 이상하게 두려움 따위를 느껴지지 않았다. 아 솔직히 말하면 살짝 있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까 그 두려움을 정말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인천공항 도착하는 순간부터 나는 어디든 다 갈 수 있는 마음일 뿐~

덕분에 34번째 생일을 진짜 진짜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나 행복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귀국 비행기 안에 한숨밖에 안 나왔다.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월요일 다시 역삼행으로,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고뇌하는 나로 돌아가는 그 현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아주 강력하게 얻게 된 러닝 하나 있었다. "맘껏 놀고 싶다면 돈부터 열심히 벌자"라는 러닝! 다음 여행, 또 다음다음 여행을 위해서 현실로 돌아가 열심히 돈 벌고 열심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오히려 일에 대한 싫증이 자꾸 나는 요즘의 나한테 딱 좋은 다짐인 것 같았다. 

얼핏 보면 호그와트 학생인 줄 ^^

이제부터는 혼자서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내 발걸음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고, 노는 게 제일 좋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 다짐도, 이러면 뭐든 다 할 수 있겠다는 심장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일에 대한 싫증이 약해지지 않았고,

왜 이래야 하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내 머릿속에 맴돌고,


그냥 그날 탓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날 때문에 감정 변화가 일으킨 거 아니고, 내 마음 한 구석에 그 싫증이 이미 커졌다는 사실.


밤낮없이 일을 즐겁게 하는 나는 왜 이랬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내 인생에 대한 회고 시간이 필요한 듯!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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