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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속가능한 실행 조건 : 마음가짐

원래 모든 일은 생각대로 안된다.

by Yoo

기획의 실행은 머릿속의 상상, 모니터 앞의 논리, 가슴속의 이상이 현실과 만나는 과정입니다.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던 기획을 비로소 현실이라는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세우기 위한 시간입니다. 가치의 성과 전달이 방향을 만들고 방향성 차원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라면, 실행은 현실의 수많은 디테일과 면으로 마주하는 행위입니다.


최대한 현실성 있는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여도 현실의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실행 과정에서 나의 생각이 틀리고 부족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직면하게 됩니다. 람들이 참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때로는 선의가 곡해되기도 하며 많은 이들의 불평과 불만을 듣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그것을 하나하나 해결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어느새 머리와 가슴은 왜 일을 벌여서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을까라는 후회로 가득합니다. 동시에 기획자로써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의 역량에 대한 의심도 피어오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회사에서 동료들 사이에 '하고 있는 일 잘 돼 가?'라는 인사말을 주고받곤 합니다. 저는 이럴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당연히 잘 안되고 있지'라고 답합니다. 생각대로 잘 안되니까 일인 것이고 그러니까 그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쉽게 되는 일이었으면 이미 진작에 되고 있을 것입니다.


기획의 실행은 보고서처럼 명료하고 깔끔한 것이 아니라 부침과 시행착오와 분투의 시간입니다. 따라서 그 숱한 실패를 나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자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다른 현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실패를 합리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통의 기준점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 있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다시금 상기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기획의 실행은 여행과 닮아있습니다. 우리는 여행과정에서 매번 생각지 못한 의외의 상황을 겪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낯설고 계획되지 않은 상황이 당시에는 힘들더라도, 더 오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여행의 의미가 된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나의 인생이라는 시간에 무언가의 기억과 감정을 깊게 새기기 위해간다고 생각하면, 의외의 상황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기획의 실행도 그렇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그 일을 잘 해내는 것도 목적이지만, 우리가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길게 보면 나의 커리어와 역량에 무언가를 새기기 위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오히려 낯섦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가 내가 기획을 실행하는 목적일 수 있습니다. 불행히 실패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운 좋게 더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이지요. 낯선 실패에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것은 때로는 내가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앞으로 나를 데려갑니다. 말 그대로 생각지도 못한 나의 상상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수 는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기획의 실행은 한발 한발 내딛기가 참 힘이 듭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행의 본질이 내가 열심히 알아보고 찾아보고 상상한 것이 그것대로 펼쳐짐을 확신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낯섦을 해 하듯이, 기획이라는 여행도 내가 사전에 생각한 대로 일사천리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분투를 통한 세상과 나의 나아짐을 새기기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기획의 실행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울분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헤매고 삽질을 지속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많이 겪을 수 있는 것이 그리고 문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기획의 실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획자의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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