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과 피치못할 관심의 힘
기획의 지속가능한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은 성과입니다. 나의 성과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조직의 성과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때로는 성과가 아닌 담당자나 조직장의 의지로 끌고 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람의 의지는 강하지 못함을 항상 깨닫는 것으로 끝이 나고, 경험상 회사에서의 의지가 일과 성과의 사이클을 만나면, 정말 길어도 3년 정도가 유효기간으로 정해집니다.
그 3년의 유효기간은 개인의 업무관점에서는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해 뭘 모르고 했던 첫 해, 첫해의 경험을 딛고 조금은 익숙하게 진행한 둘째 해, 나의 관점과 생각을 담아 개선해 진행하는 셋째 해입니다. 조직의 성과 관점에서는 무언가를 시작한 것이 성과인 첫 해, 그것을 더 잘하도록 시행착오를 개선한 것이 성과인 둘째~셋째 해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이제는 늘 하던 일이 되며, 개인이던 조직이던 성과가 되지 못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많은 경우 성과가 아닌 의지와 애정, 그리고 집착 사이의 어느 사이 정도에 있는 감각으로 기획을 지속실행하곤 합니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좋아질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과,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지와, 이제는 그만하고 다른 것을 하는 것이 조직과 개인입장에서 좋지만 보내주지 못하는 미련과 집착을 합친 복합적 감각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기획의 실행은 더 이상 성과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감각으로 바뀝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덧붙이고 그것을 시스템에 온전히 녹아들게 만듬에 3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3년 이후 감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인고의 시간을 지켜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과 이후 감각의 시간에서 지속가능한 실행을 지켜주는 힘은 상황입니다. 하나의 상황은 '무관심'이고 하나의 상황은 '피치 못할 관심'입니다. 무관심은 단기적인 성과나 다른 이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기획이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을 오랫동안 갈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오롯이 기획의 본질과 한걸음 나아감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피치 못할 관심을 받는 기획은 많은 사람들이 숟가락을 올리며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잘 실행되지 않으면 숟가락을 올린 많은 이들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잘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이 상황의 힘에 나의 숟가락 또한 살포시 얹어 기획의 지속가능한 실행 동력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상황은 양극단에 있는 반대말처럼 보이고 작동하는 원리는 다르지만 지속가능한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양분입니다. 성과의 영역은 무관심과 피치 못할 관심사이에서의 어느 지점에서 예술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과도한 에너지를 써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된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그 이후부터는 무관심과 피치 못할 관심 사이를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왕래하는 것이 에너지를 한쪽으로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실행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