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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실행의 가장 큰 적 : 조급함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함과 촘촘함을 만드는 시간

by Yoo

미약하지만 단단한 알맹이로 실행을 시작하고, 천히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기획의 맹이를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은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기획을 조직 내 물들여갔던 비교적 정적인 실행이었습니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기획을 금 더 속도감 있게 실행하며 본격적으로 알맹이를 굴리며 덩어리를 키워가는 동적인 실행 니다.


동적인 실행의 시작은 멈춰있고 싶어 하거나 기존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은 조직의 관성을 깨뜨려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힘을 가해야 합니다. 기존의 관성이나 궤도를 바꿀만한 생각보다 강한 힘을요. 그러나 가만히 있고 싶은 상대 혹은 편한 방향으로 가고 있던 상대에게 강하게 다른 힘을 가하면 저항감/불만이라는 반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생각보다 강한 힘이 필요한 만큼 반작용 또한 생각보다 거세게 발생하고, 때로는 이 반작용으로 인해 기획은 제대로 실행 한번 못해보고 저물기도 합니다.


미약하지만 단단하게 천천히 자연스럽게 조금씩 스며들었던 정적인 실행의 과정은 기획이 조직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단계입니다. 스며듦의 과정은 '실효성이 없는 기획이다. 그거 하면 뭐가 좋아지냐. 힘들게 한다.' 등 반작용의 목소리가 조직에서 발생할 때 기획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바탕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기획이 아니라 '어떤 조직과 이야기하며 해봤는데요.'라는 경험과 '시범으로 할 때 어떤 시행착오가 있어서 본격 확장을 할 때는 이렇게 해보려고 합니다.'라는 학습은 기획의 밀도를 높입니다.


이렇게 상상이 아닌 경험과 학습으로 높아진 밀도는 어느 정도 충격을 주어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기획의 알맹이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단단함을 만드는 촘촘한 기획의 밀도는 경험과 학습의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지치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그 시간을 충분히 묵묵히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획자가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아직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빠르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입니다. 기획의 실행을 통해 빠르게 가치를 만들고 성과를 내 조직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의도적으로 템포를 한번 줄이며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조바심을 내서 실행하면 안 됩니다. 저 또한 기획의 실행과정에서 '너무 급해 보인다. 열정은 좋은데 조금만 있다가 진행합시다'라는 속도를 줄이자는 피드백을 종종 받곤 했습니다. 사실 그럴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속도를 조금 늦추며 밀도를 높이는 스며듦의 시간을 갖자는 의미였지 않나 싶습니다.


급하게 진행해서 한번 강한 저항은 기획을 다시 꺼내서 실행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다음부터는 기획을 통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가치가 아니라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우려에 모두가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획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려를 줄이거나 보완하는데 집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획 본래 추구했던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본래의 가치가 희석되는 순간 '실효성이 없는 기획이다. 그거 하면 뭐가 좋아지냐. 힘들게 한다.'라는 저항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갖습니다. 이렇게 조급함은 오히려 기획의 실행을 너무나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열정의 가면을 쓰고 있는 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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