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크게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
단단한 알맹이로 시작하여 천천히 스며들며 기획의 알맹이를 키웠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중심을 단단히 잡아가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덩어리를 키우기 위해 강하게 굴려도 부서지지 않는 밀도 높은 정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 단단하게 알맹이를 뭉치려 해도 더 이상 밀도가 높아지기 어려운 시기가 옵니다.
지금이 바로 실행의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시간입니다. 이리저리 전방위 적으로 구르며 덩어리를 빠르게 키워갈 시간입니다.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는 크게 두 가지 종류입니다. 하나는 조직의 리더의 후광을 레버리지 삼아 밀어붙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명분이고 후자는 당위성입니다. 즉 우리 조직이 해야 할 일을 하는데 기존과 다르게 할 명분을 리더에게 받아 실행하는 것입니다.
드라이브를 걸기 이전의 실행과정은 현실의 상황이나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나의 기획을 맞추는 과정이었습니다. 상상에서 만들어낸 기획이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이상과 다른 현실의 상황을 만나며 그것을 보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단단한 눈 알맹이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이물질을 하나하나 빼가면서 순도 높게 눈을 뭉쳐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한편 드라이브를 걸 때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를 맞추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순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광범위하게 구르며 덩어리를 키우는데 집중합니다. 이때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불만이나 오해와 같은 이물질이 붙더라도 어느 정도는 무시하고 단지 굴려가는 것입니다. 만약 앞서 순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면, 이 단계에서 덩어리를 키우기는커녕 하나하나의 이물질을 빼느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실행의 속도도 높이지만 범위를 넓히다 보면 당연히 영역마다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영역을 예상대로 때로는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만 어떤 영역은 기획을 실행하기 적절치 않은 부분도 반드시 생깁니다. 드라이브를 걸 때 유의 할 것은 사이드이펙트가 감지되더라도 어느 시기 동안은 멈추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획이 추구하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의도적으로 누르면서 갈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고 간다고 스스로 느낄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하나의 큰 덩어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쪽으로 굴렸더니 나뭇가지와 같은 이물질이 많네. 이쪽으로 굴렸더니 눈이 딱딱해서 잘 안 붙네와' 같은 시행착오에 대한 교훈은 다음 덩어리를 만들 때 적용하면 됩니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실행의 한 사이클을 빠르게 혹은 다소 억지로라도 돌아보는 것이 강력한 드라이브의 목적입니다. 어느 순간 힘이 부치는 감각이 느껴지더라도 힘이 빠져 경련이 일어날지라도 이때 힘을 놓지 않는다면 기획은 크게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