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충분히 흔들려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기획의 실행과정은 흔들림의 연속입니다. 나만의 세상에서만 상상하며 생각했을 때는 당연했던 일이 현실에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변수도 너무나 많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불만/저항이라는 소음은 기획자를 깜짝 놀라게 하곤 합니다. 때로는 그 소음이 너무나 커서 나의 상사를 통해 불만이 접수되곤 합니다.
실행의 과정은 어쩌면 내가 틀렸음을 내가 부족함을 지속적으로 확인받는 시간 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 비수 같은 말과 반응을 통해서 확인은 받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지속되면 확신에 차 있던 기획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이 생겨납니다. '이 기획이 진짜 효과가 있는 것이 맞을까? 사람들만 힘들게 하고 가치는 없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며 이리저리 휘청입니다.
점차 주변의 반응과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기획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반응과 상황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 기획의 실행은 점차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산으로 갑니다. 반응이나 상황을 아무리 신경 쓰더라도 내가 주변의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지금 안다고 하더라도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실행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정처 없이 떠도는 과정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작고 미약하지만 단단하게 시작하고 천천히 스며드는 기획의 밀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은 내가 중심을 잡기 위함입니다. 한 발짝 한 발짝 중요한 포석을 두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를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이 흔들림의 끝은 결국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 실행 방법이 본래의 이상적인 목표를 이루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이네'라는 확신의 감각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현실에서의 실행 과정을 통해 얻은 확신의 감각은 상상을 통해 얻었던 확신의 감각과 차원이 다른 단단함을 갖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확신의 감각을 주변의 이해관계자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획자가 실행하는 기획인지 확신에 찬 기획자가 실행하는 기획인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이해관계자에게 흔들리는 느낌을 전달한다면 상대방은 '한번 하고 말겠지. 이번에는 적당히 대응해야지'라는 감정을 심어주게 됩니다. 나도 흔들리지만 상대방도 함께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나 확신에 찬 실행은 '앞으로도 계속하겠네'라는 느낌과 함께 '나쁘지 않은데 나의 일에 써먹어봐야겠네'라는 활용을 유도합니다. 이것이 초기 기획의 실행 단계에서 마음껏 흔들리면서도 점차 진폭을 줄여 중심을 잡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아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