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지속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기획의 목표이자 실행의 필요충분조건은 기획자 이외의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방향성은 새로운 구조를 공급하는 기획자와 그 구조를 이용하는 수요자와의 Win-Win 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대비 얻는 가치가 높아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동인이 생기고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공급자도 가격대비 그것을 만들어내는 비용이 적어야 서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거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행의 초창기 과정은 나의 기획을 초기 버전을 수요자에게 팔아보면서 가치-가격-비용 사이에서 Win-Win 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맞춰보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실행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순간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집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것을 사더라도 누군가는 만족을 하고 누군가는 불만족을 합니다. 또한 같은 가격이라도 그것의 체감은 개인의 소득 수준 등 사람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비싸다고 생각을 하고 누군가는 저렴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처럼 실행의 초창기에 가치-가격-비용의 균형점을 섬세하게 맞춰놓았다고 하더라도 기획은 고객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은 기존의 구조나 상황을 변화시키는 뾰족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반응의 차이는 더우 극명합니다. 기획의 초창기에는 변화를 통해 이득이 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됩니다. 기획자 자신, 기획자가 속해있는 조직, 그 조직을 이끌거나 관리하는 조직장이 대표적입니다. 이 세 가지 그룹이 기획을 통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사람입니다. 정확하게는 이들에게 이득을 주지 못하는 기획은 실행단계까지 도달할 수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실행단계에서 만드는 이들은 주로 기획의 핵심적인 이해관계자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해관계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지만 주로 그들에게는 최소한 협조를 할 수 있는 당위성을 주거나 피해를 주지는 않는 구조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기획의 초기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실행단계에는 단기적으로는 손해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뭔가를 변화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일단은 그 변화의 가치와 상관없이 일단 귀찮습니다. '내 일 하기도 바쁜데 뭘 또 해야 돼'라는 반응을 보이기 쉽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이 와중에 기획이 주는 새로운 가치에 공감하거나 더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이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주로 기획자들이 감지하게 되는 반응은 기획을 통해 뭔가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80%가 만족하고 20%가 불만족하는 기획이라도 20%의 목소리를 통해 기획의 전체 가치가 폄하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실행의 드라이브를 걸 때 사이드이펙트가 감지되더라도 그리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을지라도 중간에 멈추기 말고 최소한 한 사이클은 실행을 해봐야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환경입니다. 본격적인 실행의 단계는 기획자가 '내가 이것을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욕먹으면서 해야 되나'라는 현타와 '나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는데 왜 사람들은 의도가 아닌 사이드 이펙트만을 볼까'라는 서운함이 몰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기획자는 실행과정에서 부정적인 편향과 다운되어 있는 감정에 근거해 자신의 기획의 가치를 평가하면 반드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때 실행을 멈춘다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저 또한 홧김에 멈춤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번 멈추면 다시 달리는 것은 단기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미 실패한 기획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야 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이클이 종료되고 편향과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기획의 결과를 스스로 그리고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자문해 봐도 늦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 경우 이 평가를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깊은 고민을 통해 탄생한 기획이 세상으로 나아간 한걸음은 반드시 어떤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