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하는 삶

어떤 직장인이 사업자가 되어가는 과정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의 기록

by 투명물고기

오랜만에 연단에 서게 되었다.

스스로의 배움이 중요한 나는 어떤 강연이든 한 번도 같은 주제로 조금이라도 같은 내용을 발표한 적이 없긴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나의 Comfort Zone을 살짝 벗어난 주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내 커리어의 새로운 여정에 대한 신고식과도 같은 자리였기에 의미가 더 컸다.


글로벌 대기업 GM(한국대표) 자리를 여러 라운드를 거쳐 문턱까지 갔다가 놓치고는 허탈함과 아쉬움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역시나 망한 스토리라 그런지 상상을 초월한 노출이 되었었다. 오늘은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당시에 비슷한 상황을 두 번 연달아 겪으면서 스스로 지극히 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 탑 기업의 GM을 하고 싶으면, 그전에 더 작은 브랜드에서의 GM 경력을 쌓아야만 하겠다.” 어차피 작은 브랜드의 GM을 할 거면, 내 작고 소중한 브랜드의 GM이 스스로 되는 건? 그렇게 사업자를 내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대표병에 걸린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실제 부가가치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기 전에는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여 그냥 조용히 묵묵히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기업의 북미 진출' 대한 강연 제안을 받은 것이다.


내가 살면서 기여하고픈 세 가지 테마 '디지털, 환경 문제, 코리아' 중 하나인 '한국이 세계로 더 나아가기 위한' 내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참인데, 나보고 그에 대해서 강의를 해달라고? 차라리 이미 해보고 망하기라도 했다면 그에 대한 스토리라도 풀 텐데 히스토리도 아직 없는 내가? 반문을 했지만, 때로는 고맙게도 남이 나를 더 믿어주는 때가 있다.


그렇게 다시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도 그 어떤 누군가에게는 새롭거나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니 미주 영업팀에서 시작해서 북미 시장전략, 미국 유학, 미국 기업에서 근무까지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다행히 강연이 끝나고 도움이 되어 고맙다는 피드백들을 들었고, 특히 고무적이었던 대목은 이미 미국에서 6년째 본인 브랜드를 잘하고 있는 (알고 보니 MBA 모교) 후배에게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 내가 오히려 강의를 들어야 할 만한 대상이 이런 강연을 들으러 온다는 것 자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의 사람이라면 어떤 누구에게도 늘 배울 점을 찾고, 분명히 엄청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번 기회로 나는 이렇게 나의 새로운 도전을 공식화하게 되었고, 내가 내 브랜드를 만든다고 해서 내 영역을 그것만으로 한정 지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랜드 지어가며 배우는 사업가 마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