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암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자객열전>과 사건 발생의 주기

by 박용준



<자객열전>은 다섯 명의 자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마천이 첫 번째 자객으로 꼽은 조말이 기원전 7세기 전반에 활동했고, 마지막에 나오는 형가는 기원전 3세기 후반의 사람이니, 이 열전은 4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자객열전>에서는 조말의 이야기가 끝난 뒤, 이와 같은 문장이 이어진다.
다른 열전은 물론, 사기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장이다.

"그로부터 167년 뒤, 오나라에서 전제가 거사를 일으켰다."

조말과 전제는 그 생애가 조금도 겹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사마천은 사기를 쓸 때 두 사람이 일으킨 거사는 서로 얼마만큼 떨어져 있다고 굳이 밝혔다. 그리고 난 뒤 비슷한 문장이 하나의 거사가 끝날 때마다 그 뒤를 잇는다.

"그로부터 70여 년 뒤, 진(晉) 나라에서 예양이 거사를 일으켰다."
"그 후 70여 년 뒤, 지(軹)에서 섭정이 거사를 일으켰다."
"그 후 220여 년 뒤, 진(秦) 나라에서 형가가 거사를 일으켰다."

여기에 대하여 다나카 겐지 등 고전학자들은 “인물(각 편의 자객들)이 바뀔 때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하는 이례적인 설명이 덧붙어 있다. 이러한 조작은, 자객이라고 하는 특이한 존재에, 전통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듯하다.”라고 했다

오늘날처럼 서기 1년을 기준으로 잡으면 햇수를 헤아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 정도로 편리한 기준이 없었다. 자객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각 나라별로 임금이 왕위에 오른 해를 기준으로 햇수를 셌다. 그러므로 왕이 바뀌면 햇수도 다시 1이 되는 것이다. 사마천이 살던 시대에는 연호란 것이 생겼지만, 당시 황제였던 한 무제는 재위 기간 중 변덕스럽게 연호를 바꾸곤 했으니, 햇수를 세는 데는 크게 쓸만한 방법은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그런데 사마천은 수백 년 단위를 헤아리는 꽤나 까다로운 일을 굳이 했던 것이다. 이는 마치 자객들의 거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연구자들은 사마천의 셈법에는 약간 착오가 있었다고 언급하지만,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사마천이 남긴 흔적이라고도 생각된다.


오랜 동안 꾀하고 기다려 왔었던 적이 있는 사람만이 수십, 수백을 헤아릴 줄 안다. 그리고 사마천은 수십, 수백 년을 하나하나씩 헤아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 년쯤의 착오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첫 거사로부터 167년 뒤, 70년 뒤, 70년 뒤, 220년 뒤로 이어지는 것을 만약 어떤 주기(周期)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앞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들의 주기를 발견하여, 그 다음번은 언제가 될지 예측하고자 했다. 이는 천체의 운행이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던 고대 천문학의 사고방식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대 천문학이야말로 사마천 가문이 선조 이래로 몸담았던 분야이기도 했다. 그렇게 본다면 위의 사마천이 <자객열전>에서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쓴 것은, 이와 같은 서술 또한 미루어 짐작해 볼만 하다.


조말의 첫 거사로부터 전제의 두 번째 거사까지는 167년 뒤니깐 제법 떨어져 있지만, 두 번째 거사로부터 예양의 세 번째 거사, 그리고 세 번째 거사로부터 섭정의 네 번째 거사는 모두 70년 뒤로, 조금 더 가깝다. 그러다 네 번째 거사로부터 형가의 다섯 번째 거사에 이르면 다시 220년으로, 이번에는 앞서 보다 더욱 크게 떨어져 있다.


다섯 번째인 형가의 거사가 마지막이고, 자객의 이야기는 거기서 완전히 끝나는 것이라면, <자객 열전>도 ‘주기’에 관한 가설도 그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사마천이 여섯 번째 거사를 기다리고 있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 거사는, 언제를 향했고, 누구를 겨누고 있었던 것일까?


<자객열전>의 ‘그로부터 몇 년 뒤’가 주기를 가리킨다는 것도 그저 추측일 뿐이니, 여기서 어디까지가 한 주기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추측에 추측을 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를 하나의 주기로 설정할 수 있을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사건의 발생 주기가 처음에는 멀어졌다가 그다음에는 가까워졌고, 다시 한번 똑같은 주기로 일어났다가 다시 멀어졌는데, 한 번 멀어졌다가 두 번 가까워졌으니, 다시 멀어졌을 때는 주기는 다시 가까워질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처음에는 167년이 지나 다시 일어난 자객의 거사가 연거푸 70년씩 뒤에 일어났다가, 나중에는 220년 뒤에 일어났다는 걸 보면 이 주기에서 사건 발생 시기의 패턴은 유사하더라도, 앞선 사건들보다는 뒤의 사건들이 햇수가 좀 더 흐르고 나서야 일어났다. 첫 거사 이후의 167년 뒤는 네 번째 거사 이후의 220년 뒤에 대응한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거사 이후의 70년 뒤에는 한 100여 년쯤이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만약 여섯 번째의 거사가 있다면 70년 뒤보다도 훨씬 에 일어날 것처럼 느껴진다.


사마천이 <자객열전>을 비롯한 사기를 저술하던 시기는, 한 무제 시절로, 형가의 거사로부터 약 100여 년이 지난 뒤였다. 사마천이 당시의 황제였던 한 무제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을지는 사기 곳곳에 암시되어 있다. 자객들은 언제나 권력자의 목숨을 노려 왔고, 사마천은 그걸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궁형에 처해진 이래, 사마천은 무제를 지극히 원망하였을 것이라, 그 감정의 심연이 과연 얼마나 깊을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잔혹한 한 무제가 아니더라도, 황제의 죽음을 바란다거나, 그 런 인상을 남겨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좀 더 비밀스럽고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의 기다림을 은근히 드러내려 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만큼의 시간은 70년보다는 길지만, 167년, 220년보다는 짧을 것이다. 만약 여섯 번째 거사를 기다렸다면, 그것은 한 무제 때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었던 것, 아니, 제발 일어나 달라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