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Grow beyond comfort
분기말 전사 워크숍, 모든 팀들의 한 분기 성과를 돌아보고 주요 레슨들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2주 단위의 스프린트를 한 분기에 총 6회 달리다 보니, 워크숍이 열릴 즈음되면 다들 녹초가 되어 있기 마련인데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성취감, 뿌듯함이 가득한 날이기도 합니다. 마냥 열심히만 한 게 아니라, 선행지표를 매주 점검해 오며 이니셔티브들을 유연하게 조정해 왔기에, 소기의 성과와 양질의 레슨들이 잔뜩 공유되는 하루이기 때문이죠.
이번 25년 3분기 워크숍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성과적으로 DAU는 전분기 대비 30만이 늘어 평일 기준 330만을 돌파했고, 분기 매출도 100억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약 50억 수준이니 대단한 성과라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운 좋게 얻어걸린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검증된 가설 기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뿌듯합니다.
시장 내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여러 가설 기반의 개선 작업을 통해 끝끝내 큰 유입 성과와 잔존 성과를 낸 영상 알람 프로젝트, 주요 핵심 여정과 뒷단 로직을 대대적으로 정돈하며 주요 전환율 증분까지 만들어낸 단순화 프로젝트, 9월 개상 시즈널리티에 맞춰 프로덕팅으로 유입을 터뜨린 게임 미션 프로젝트까지 - 여러 팀들이 협업하며 크고 작은 가설들이 검증된 결과물이라 더 값짐을 느낍니다.
분기를 달리는 동안에는 주로 큰 단위의 마일스톤이나 선행 지표 달성 여부에 집중하다 보니 늘 부족한 점만 보이고,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제로투원의 분기였던 만큼 특히 힘들었고요. (관련 글 - MVP 검증의 핵심 : 문제 정의에 기반한 뚝심) 그런데 워크숍 발표 자료를 전날 밤에 만들면서 주요 순간들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니, ‘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값진 레슨들을 많이 쌓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달려왔고, 크게 헤매지 않고 잘 달려왔더군요. 무엇보다 혼자 힘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팀이 함께 합을 맞춰 일궈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각 팀들의 발표를 들으며, 제가 전날 밤 제 자료를 만들며 느꼈던 감정들이 그대로 묻어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달리는 동안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성과와 레슨들을 분기 말에 돌아보며 체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물이 모여 전사의 성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번 분기는 큰 성취와 성과만큼이나, 큰 고통과 성장이 공존한 시기였습니다. 공교롭게도 Head of Operations 그랜트의 발표 주제 역시 ‘성장’이었고, “우리는 왜 성장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딜라이트룸은 이미 높은 영업이익과 충성도 높은 유저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으로만 가도 문제가 없는 우리인데, 우리는 왜 굳이 성장을 택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성장’의 반대말은 ‘유지’가 아니라 ‘퇴행’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경쟁자는 치고 올라옵니다. 해자를 공고히 하지 않으면 지금의 안락함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성장을 도모하지 않으면 그 자리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도 성장은 필수입니다. 조직이 성장해야만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연봉, 스톡옵션, 좋은 업무 환경, 기타 여러 복지 등 - 업무를 하며 누릴 수 있는 여러 보상은 조직이 성장하지 않고 퇴행하면 제공되기 어려워집니다. 또 하나, 성장은 최고의 동료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인재는 성장하지 않는 조직을 찾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는 배움도, 매력적인 커리어도 쌓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을 찾고, ‘초기 멤버’라는 타이틀에 존경을 담는 것이죠.
그런데 이놈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할 때, 달리기 기록을 개선할 때, 체중을 감량할 때, 마음의 그릇을 넓히려 할 때— 모든 성장에는 피나는 노력이 따릅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오는 건 너무나 정상적인 일입니다.
조직의 성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품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고, 그에 따라 지표까지 끌어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힘들이지 않고 성장을 바라는 것은, 노력 없이 살을 빼거나 성적을 올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성장하는 조직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의 힘듦을 기꺼이 감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힘든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눈앞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힘들다’는 감정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힘듦을 나쁜 것,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규정짓곤 하지요. 그러나 성장을 선택한 삶이라면, 그에 수반되는 힘듦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힘듦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 삶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면, 성장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것도 분명 필요하고요.
요컨대 성장에는 언제나 불편함과 고통이 따릅니다. 그 불편함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개인도, 조직도 한 뼘 더 크게 확장됩니다. 지난 3분기 동안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취와 배움이 가능했습니다.
돌아보니 6월의 나보다 9월의 나는 확실히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팀과 조직 전체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사실일 겁니다. 고통과 성장을 맞바꾸는 이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길이자 함께 가야 할 길입니다.
Grow Beyond Comfort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딜라이트룸의 핵심 원칙 중 하나입니다. 성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니, No Growth in Comfort 가 더 적절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미적으로 풀어보면 서로 대우 관계네요.) 남은 4분기도 기꺼이 Comfort를 벗어나봐야겠습니다. 또 어떤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