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1년, 배움의 궤적
매 분기마다 역할이 바뀌는 한 해였습니다.
제품 조직의 PO로, 전사 조직의 CoS로, 그리고 다시 스쿼드 리더로 돌아오기까지
— 그 안에서의 배움은 단순한 ‘직무의 이동’이 아니라 ‘관점의 확장’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각 시기는 저마다의 언어로 저를 단련시켰습니다.
‘조직의 문제를 보는 눈’을 길렀던 시기, ‘유입과 임팩트의 연결’을 배웠던 시기, ‘제로투원의 모호함 속에서 견디는 법’을 익혔던 시기, 그리고 ‘팀의 리듬과 동기부여’를 다시금 체득한 시기까지.
그간의 변화는 이미 여러 글 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CoS의 등장, 딜라이트룸 원칙의 탄생, 한 몸이 된 제품과 마케팅, 제품 큰 그림 그려보기 등,
그 글들은 모두 ‘역할의 변화 속에서 내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2026년을 맞이해서 그 배움의 맥락을 따라, 1년의 궤적을 조용히 돌아보려 합니다.
작년 이맘때 저는 Chief of Staff, 즉 조직 전반의 문제 해결사였습니다.
저는 그 역할을 맡기 전부터 이미 '조직 전체의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당 역할을 맡고 보니 상당히 제품 중심의 시야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경영지원, 채용, 전사 문화, 행사 등 그동안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지나쳤던 영역들이 이제는 제 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의 밍글링 비용 하나도, 해커톤 한 번의 개최 여부도 전사 임팩트라는 렌즈로 재단해야 했습니다. 이 시기엔 ‘정성적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는 일의 어려움을 배웠습니다.
또, 담당자가 된 순간부터 모든 소통이 피드백으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복지, 비품, 조직문화 —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주제들 속에서, 뇌가 쉴 틈 없이 조직의 맥박을 느꼈습니다.
이 시기는 전혀 다른 속성의 역할로 인해 분명 혼란스러웠지만, 그만큼 관점이 크게 확장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후 저는 다시 PO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수익화 스쿼드와 바이럴 스쿼드, 두 팀을 동시에 맡으며 제품과 마케팅의 경계를 허물어야 했습니다.
한 몸이 된 제품과 마케팅이라는 글 제목처럼, 일을 거듭해 나갈수록 두 영역의 벽은 점차 옅어졌습니다.
제품 기획의 출발점이 ‘유입’이 되었습니다. 라마단 기도 알람, 오징어게임 알람처럼, 콘텐츠의 힘이 곧 유저의 유입을 견인하는 실험들을 이어갔습니다. 제품이 마케팅을 낳고, 마케팅이 다시 제품으로 환류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며, ‘임팩트’의 정의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물론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어요.
특이한 학습 지점은, 마케팅 세계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입니다. 개발은 속도뿐 아니라 안정성과 완성도를 중시하지만, 마케팅은 타이밍과 트렌드를 훨씬 중시합니다. 그 두 리듬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며, 팀 문화에도 적잖은 진통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그 혼란 속에서 저는 배웠습니다. 속도와 방향의 적절한 균형은 잡아가면 되는 것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두 관점의 융합을 통해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올해의 중반은 인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인디아 스쿼드는 이후 리워드 스쿼드로 개편되었습니다.
제품 큰 그림 그려보기에서 말했듯, 제로투원은 늘 불확실하고, 그 불확실함을 견디는 것이 곧 역량이었습니다. 또한 문제 중심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 시기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일수록, 솔루션보다는 ‘문제 정의’에 시간을 써야 하더군요. 근거가 모호하더라도, 팀이 같은 문제를 보고 있을 때, 정반합에 기반한 양질의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어려웠던 점은 제로투원에는 리듬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강–강–강’의 연속 속에서 성과는 더디게 보였고, 확신은 흔들리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리더십은 ‘방향의 신념’과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다루는 일이었습니다. 작은 리프레시, 사소한 회식, 정성적 가치의 회고가 그 어떤 성과보다도 중요했습니다.
동시에 ‘상방이 뚫린 업사이드의 도파민’을 배웠습니다. 무언가가 잘 되었을 때를 가정하면, 그 기여도는 무한대가 되더군요. 위험하지만, 꿈꿀 가치가 있는 영역. 그게 제로투원의 매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수익화 스쿼드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리워드 스쿼드와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로요.
두 스쿼드는 서로 다른 자산 — 안정자산과 위험자산 — 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관계입니다.
기존 광고 지면과 구독 그로스로 매출을 내면서도, 리워드라는 새로운 레버로 신규 매출을 창출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제품의 확장’에 가까운 과제입니다. 반대로 팀이 합쳐진 만큼, 제로투원에만 매몰되면 안 되고 단기 먹거리도 함께 챙겨야 하죠. 이 또한 적절한 균형의 문제이고, 그 조화 속에서 얼마나 큰 임팩트로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스쿼드 운영’ 자체가 곧 성과의 토대임을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동기부여의 높낮이가 팀 퍼포먼스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합니다.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가, 얼마나 ‘함께 만들어간다’는 감각을 주는가, 그리고 일상 속에 얼마나 즐거움을 섞어두는가 —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팀이 얼마나 소중해지는가의 척도가 되었고, 동시에 퍼포먼스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신규 채용과 육아휴직 등으로 팀 리드의 변화가 더러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당하는 스쿼드의 표면적이 넓어지는 만큼, 이번 분기 마도를 잡고 안정감·소속감·즐거움을 더욱 세심하게 챙기려 합니다.
그렇게 만 1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1년간 네 번의 역할을 거치며, 그 변화 속에서 제 관점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다가올 2026년, 나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그 역할은 나를 어떻게 쓰고, 나는 그 안에서 얼마나 만족하며 성장할 수 있을까.
아직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조직과 제품을 잇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사람과 문제의 중심에서, Grow beyond comfort을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결국 역할은 직함이 아니라 배움의 궤적입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어떤 배움의 궤적이 제 앞에 놓일지 —
너무 늦기 전에, 남은 6~7주의 시간 동안 천천히, 깊이 생각해보려 합니다.
특히 올해 너무 고생 많았다 서승환.
잘 이겨내고 전례 없는 성과 만들어 온 거, 축하해.
아 참고로 이 모든 것은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