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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Sep 01. 2022

남편에게서 낯선 향기가 난다

대화의 기술#1   상대방을 인정하는 마법의 언어

요즘 는 다른 남자와 사는 거 같다.

왜냐하면 요즘 남편은 너무 친절하고 다정하다.

특별히 말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사람이 언어가 바뀐다는 것이 가능할까?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아.

오죽하면 죽을 때가 돼야 변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불가능했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말이 바뀌었다.

도대체 왜?  무엇이?

이유는 딱 하나!


남편의 마음이  바뀌었다.

남편은 원래 배려가 깊은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배려가 깊은 것은 아니다.

남편은 본인이 말하기를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사람에게 하다고 한다.

나는 늘 남편에게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타고난 천성이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것도 있고

고집도 세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크다.

큰 목소리가 유난히 더 커질 때는 기분이 좋을 때나, 화가 날 때이다.

기분이 좋은 때는 신이 나서 목소리가 커지고,

화가 날 때는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진다.

큰 목소리 덕분에 나는 내 갖고 있는 원래 성품보다 더 강하게 보인다.


강한 사람에게 강한 남편은 그래서인지, 나에게 늘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데, 누군가에게 싸우는 줄 알았다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정말, 둘 다 가관이다.


그런 남편이 요즘 세상,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됐다.

남편의 변화를 나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2020년 내가 아팠을 때, 충수염인 줄 모른 채, 배가 아파 뒹굴었을 때가

있었다. 응급실에 갔지만 원인을 모른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왔고

나는 진통제 두대를 맞고 퇴원했다.

그 후로도 나는 계속 아팠다.

어느 날, 아파트 거실 창으로 비치는 아파트들이 나를 더 외롭게 했다.


'이렇게 죽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사는 게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남편이 귀가했고, 나의 연약한 모습을 남편은 처음 본 듯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나는 울었고, 남편 놀랐다.


남편은 혹시나 내가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인가 싶어 긴장하더니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다정한 남자로 변해갔다.


나 역시, 그동안 내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또 내가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또 내가 얼마나 잘난 척했는지를 점검하며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놀랍게 우리 부부는 남편의 변화가 있은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사이가 좋다.

주변에서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우리가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초적인 변화가

바로 언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언어 사용법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남편은 아픈 나의 모습을 보고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 아내가 목소리만 컸지... 진짜 약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 홀로 추측해본다.


나 역시 남편 덕분에 언어가 변했다.

가급적이면 남편을 존중하는 말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가급적이면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가급적이면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삶은 격하게 다른 이들로 둘러싸인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비단 가족만이 아니고 친구만이 아니다.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관계의 변화는

바로 말하기다.


이해가 안 돼서 부딪칠 때는 일단 입을 다물자!

그리고 귀를 열자!

귀를 열고, 듣다 보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릴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놀랍게도 내가 귀 기울여줄 때

상대방의 마음이 풀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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