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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랑 아이랑 Nov 26. 2024

*나는 수업 중~

 -똥과 장미=사랑 (1)

:이엉꼬랑지는 아이가 스스로 만든 별명입니다.




양 갈래 머리, 하얀 원피스에 개구진 표정의 사랑스러운 이엉꼬랑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오! 열정적인 우리 이엉꼬랑지!'


조말숙선생은 이엉꼬랑지의 가방을 열어 책과 워크북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엉꼬랑지는 하얀 이를 보이며 계속 해맑게, 너무도 밝게 웃었다.


-선생님 오늘 빨리 끝내주세요!


‘뭐? 아직 수업 시작도 안했다고!’


평소와 다른 이엉꼬랑지의 모습에 조말숙선생은 다시 물었다.


-사랑스러운  이엉랑지야, 오늘 무슨 일?

-폰이 생겨요! 폰 사러 가요! 폰이요! 폰!

-그래, 좋겠다. 수업하자!     


우리 이엉꼬랑지는 2학년이다. 제법 글을 잘 쓴다. 그 잘~~ 쓴다는 게 문제다. 조말숙선생은 글을 잘 쓰면 더 열정적으로, 그러니까 학생이 열심히 하면 더 열심히, 때론 지나치게~너무 열심히 수업한다는 게, 아주 큰 문제였다.      


-선생님! 그만~! 오늘은 그만 써요! 네!

-아니, 더! 더! 더! 쓸 수 있어! 1장만 더 쓰자! 응?    


이엉꼬랑지의 맑은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해갔다. 이엉꼬랑지의 반짝이던 눈이 점점 빛을 잃어갔다. 인내심이 바닥 난 이엉꼬랑지 살쾡이 눈을 하고 조말숙선생을 향해 소리쳤다.  


-선생님 싫어요! 정말 미워요!

-응? 샘이? 왜? 왜에~~~?

-선생님 정말 너무해! 계속 가르치지 마세요! 미워요~!

-나는 선생이고 이엉꼬랑지는 학생이!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얌!  

   

이엉꼬랑지가 사랑스러운 조말숙선생은 장난스럽게 대답하고는 계속 수업했다. 계속 응원하며~~!






수업이 끝날 때쯤 이엉꼬랑지가 잔뜩 인상을 쓰고 말했다.


-선생남한테 똥 보낼 거예요!

-뭐? 똥?

-스마트폰 오늘 사면, 똥 보낼 거예요!     


조말숙선생은 자신의 스마트 폰에 똥 그림이 쌓이는 상상을 니 너무 웃겼다.


‘똥그림을 받는 어른이 세상에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으니까!


   


   


아이의 가감없는 감정 표현이 때론 고맙다. 속이 훤히 보이니까, 어떻게 해야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우리도 아이였을 때는 그랬을거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표현했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 모두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함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해가 뉘엇뉘엇 산으로, 들로, 바다로 넘어지면 집으로 돌아가, 아무 걱정없이 잠을 잤다. 그때 우리는 그렇게 그 시간을 공유했다.

완전히 온전하게!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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