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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재 Apr 25. 2019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 이찬재

불안한 세계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가늘게 비까지 내리니 지나가는 사람도 적고, 조용하기만 하다. 유쾌한 음악을 틀어야겠다. 요즘에는 흥겨운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 자칫하면 세계 곳곳에서 일이 터질 것 같아 너무 불안해.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문득 하늘을 보다가 너희의 내일이 평화롭기를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 이찬재

상상도 못한 광경


추위가 물러가고 있다. 날씨는 아직도 쌀쌀한데 마음은 벌써 봄, 늘 이렇게 성급한 법이다. 사계절을 누리는 사람만의 변덕스러운 호사라 할 수 있을까? 강변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나는 멀리서 부러워할 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 미세먼지. 멀리 건물들은 뿌옇게 보이고, 하늘을 비추는 강물마저 잿빛이 되어버렸다. 마스크를 하고 자전거를 타야 한다니, 어제는 외출을 삼가라는 주의도 받았다. 어렸을 땐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



ⓒ 이찬재

어른이 마음을 쏟으면


넓은 길을 어린이들이 건너간다. 파란불이 켜지자 선생님은 “모두 줄을 잡았지?” 하고 묻는다. 아이들은 단단히 줄을 잡고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걸어간다. 맨 앞에 그리고 맨 뒤에 또 중간에 어른들이 있어서 안심된다. 몇 년 후 우리 아로도 유치원에 갈 테니까. 어른들이 마음을 쏟으면 아이들은 안전하다. 요즘 어른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다들 딴 곳을 보고 있구나.



ⓒ 이찬재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가 혼자 사는 할머니를 뵈러왔다. 이때 모든 노인들은 똑같이 외치게 되지. “아이고, 왔구나! 어서 와라, 내 새끼들. 고맙다, 고마워!” 껴안고 안아주고 어루만지고 토닥거리고 쓰다듬어주고 뽀뽀해주고, 한바탕 시끌벅적 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깨끗하고 넓은 거실은 가족으로 꽉 찬다. 오랜만에 그득한 식구들 냄새에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른다. 싱글벙글. 벙글벙글.

“어머니, 저녁은 나가서 먹지요?” 이건 아들 목소리. 

“할머니 리조또 배우러 왔는데…….” 이건 약혼식 앞둔 큰 손녀의 말. 

“할머니 힘드셔. 나가 먹자.” 이건 며느리의 속삭임. 

“뭘 이렇게 사왔니? 누가 먹는다고? 많기도 해라. 한참 먹겠구나.” 할머니는 이 상자, 저 가방 풀어보며 한 말 또 하고 또 한다.

할머니는 괜히 왔다 갔다 한다. 예쁜 그릇에 과자도 내오고, 오렌지 껍질을 벗긴다. 접시엔 과자가 가득하고, 껍질 벗은 오렌지 조각들은 말라 있다. 아무도 먹질 않는다. 모두 조용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거실은 넓고 조용하다. 거실은 더욱더 넓어지고 할머니는 다시 혼자가 된다. 할머니에게서 와르르 외로움이 느껴진다.



ⓒ 이찬재

산에서 든 생각


참 크고도 깊은 산.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고 얕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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