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소개를 하고 시작하자!!
나는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20여 년 동안 전혀!!! 아무런!!! 관심도 지식도 없이 살아오다가 수능점수에 맞춰 어찌어찌 조경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특출 난 면모를 뽐내거나 학문에 푹 빠져서 지냈던 열정을 전혀!! 단 한 번도 보인적이 없는 아이였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 정말 운 좋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나름대로 만족해하면서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회사 생활을 6년쯤 했을 때인가 무언가 너무
정체되는 느낌을 받아서 대학원에도 진학을 해서 머릿속에 뭔가 더 담아보려 하지만 역시 그저 그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조경과 전혀 상관없는 (예를 들면 야구 시청, 세차, 육아 ㅠㅠ) 취미와 개인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집엔 그 흔한 화분 하나 키우지 않는다. ㅋ
여기까지 보면 잘못된 전공을 선택해서 여지껏 꾸역꾸역 살아가는 평범한 연봉의 노예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생활 4년 차쯤 되었을 때 나에게 뭔가 특별한 제안이 들어왔다. 조경을 때려 치고 새로운 분야로 갈 수 있는 제안이었다... 중학교 선배이자 회사동기가 새로운 개념의 사업을 시작했고 매우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스카우트했다.
조건도 좋았고 성장 가능성도 대기업에 있는 현 상황보다 더 좋은 상황이지만 내 발목을 잡은 것은 희한하게도 조경이 더 재밌어 보였다.
두 번째 받은 스카우트 제의는 IT업체 마케터 직장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하고 그런 분야에서 TV 방영까지 된 최고의 직원 만족도의 회사 당시 매일 야근과 주말근무로 지친 나의 삶의 질을 확 높여줄 수 있는 회사였다.
두 번째 제의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왠지 그 회사에 가더라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조경바닥으로 돌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3~4년쯤 지나고 첫 번째 제의를 했던 회사에 나 대신 들어간 친구는 그 회사 임원 명함에 억대 연봉 고급 외제차까지 받았다고 한다 (ㄷㄷㄷ)
두 번째 제의를 했던 회사도 역시 꾸준히 직원들의 삶의 질을 보살피는 회사로 유명하다.
어젯밤 퇴근길에 스카우트 제의를 했던 선배와 통화를 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억대 연봉, 고급 외제차의 소식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게 만들었지만(후회 안 함!! 안 함!! 안 함!! 함... 함... 함 ㅠㅠ)
도대체 왜 조경 때문에 발을 돌렸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시장의 잠재력.... 자연을 대하는 즐거움... 뭐 이딴 상투적인 것을 싹 빼고
솔직한 심정으로 왜 내가 조경을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1. 허술함
조경은 아직도 내 생각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다른 분야에 비해 허술할 것 같다. 허술함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계량화 하고 시스템 화하기 너무 힘든 구조다.
조경을 사고 파는 시장은 좁고 고객은 한정되어 있고 잘은 모르겠지만 그 허술함이 왠지 매력적이라 파고들고 싶었다.
2. 생명력
제안을 받았던 회사들은 대체로 콘텐츠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왠지 생명력이 오래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조경은 늙어서도 할 수 있을 거란 근자감이 있었다.
3. 역마살
조경을 하면 땅도 보고 산도 보고 아파트도 보고 엄청 돌아다닌다. 그것도 매우 짧은 주기로 만약 그때 이직을 해서 높은 삶의 질과 억대 연봉 고급 외제차를 타면 뭐하나 매일 사무실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아~~~ 주 잠깐 해봤다.
어제의 통화 이후에 후회나 부러움이 밀려올까 봐 엄청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이 멘트에는 98% 정도의 뻥이 담겨져 있음 ㅠㅠ)
조경을 하는 많은 선배님, 후배님, 동료님들 중에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이 있다면
조경을 왜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허술함/생명력/역마살 VS 억대 연봉/고급 외제차/삶의 질
뭐 이건 상대도 안 되는 비교잖아~~!!!!!
그래도 지금 결국엔 조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