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겐 각자의 자기개발 방식이 있다.
패션디자이너에게 동대문 야시장투어가 그것일 수 있고 게임개발자는 질리도록 게임하는 것이 자기개발일 것이다.
나도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정처없이 싸돌아 다닌다.
열심히 싸돌아 다니다보면 티비나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가 어딘지 대번에 알아맞춘다.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 오늘 소개할 한남더힐은 정말 좋아하는 단지로 총 6번을 가보았다.
일단 이 곳은 엄청나게 비싸다. 분양가가 40억에 육박하고 실거래가 77억원도 있다고 하니(7억이 아니다 ㄷㄷㄷ) 미친 가격이다.
한평에 7천만원을 깔고 사는 동네라니 궁금증이 폭발하지 않나? 비슷한 곳들이 있다. 타워팰리스, 갤러리아포레, 성북동의 고급주택들 청담동의 초호화 빌라...하지만 한남더힐 전체를 읽어보면 완전히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이건 대통령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음.)
더힐을 제외한 나머지 건축물들은 무지하게 높거나 거대한 담으로 둘러쌓여 있거나 근육질의 우람한 경비원이 24시간 통제를 한다. 엄청나게 폐쇄적이다. 하지만 여긴 사뭇 다르다.
수십억원의 돈을 집한채에 쓰는 사람들이 사는 곳,
혼잡한 한남동 복판에 있지만 단지 안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새소리가 들리는 곳, 한남더힐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현되는 카리스마가 있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
묘한 매력의 한남더힐은 입구에서 부터 시작이다. 순백의 문주와 소더비 경매장에서 직접 공수해온 토끼 미술품은 "어서와 이런 곳 처음이지?" 하며
나같은 이방인에게 머쓱함을 선사한다.
아파트의 형태는 굉장히 포근하다. 아이보리색 화강석으로 된 편안한 저층의 아파트이다. 전체가 테라스이거나 몇개층이 테라스인 동도 있고 후면 산세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 동배치는 이방인의 긴장감을 살짝 풀어준다.
카리스마는 낮은 곳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
긴장의 끈을 살짝 풀다가도 미술품들을 보면서 이곳의 진가에 대해서 알게된다. 교차로 보도를 지나가려면 무심하게 커다란 조각품 사이를 해집어야한다. 지하주차장 DA위 조각이나 수천만원짜리 금송들 사이의 하얗게 핀 꽃은 입주자의 안목과 재미를 챙겨주는 배려에서 진정한 카리스마를 논하게 된다.
비밀의 이야기를 품은 조경
조경은 SWA의 사사키교수가 직접 진두지휘를 했다. 이 곳의 조경은 처음 봤을 때 보다 6번째 봤을 때가 더욱 화려했다.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야기에 있는 듯 하다.
깍아지는 듯한 벽천, 너무도 정돈되게 심어진 수목, 일렬로 줄을 선 관목 일반적인 아파트에선 볼 수 없는 기법이다. 단지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과 그 위에 안개에 휩쌓인 연못은 이곳이 이 명당의 정수를 뿜어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 하다. 바로 이런 이야기 들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유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것이 매번 더욱 발전된 경관을 전해준다.
아!!다른 세상!!
한창 감상에 빠져 걷고 있을 때 유창한 영어가 들린다. 당연 외국인이겠거니 하고 본 순간 놀이터의 검은머리 한국인 아이들이 편하게 영어로 대화 중이다. 갑자기 몰려드는 위화감!!!
하지만 정말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욕망에 사무치게 하는 나의 자기개발 단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