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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비추는 자리에서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by 글사랑이 조동표

등대가 비추는 자리에서

-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3년 동안 나는 매년 6~10 명의 청년들과 함께 8개월씩 항해를 떠났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를 보았고, 그들에게 나는 조용히 길을 비추는 등대였다.

이 글은 그 항해의 기록이다.


1. 한 권유에서 시작된 인생의 세 번째 직업


고교 친구 P의 권유로,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의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발을 들였다.

어느덧 3년째다.


이 프로그램은 200여 명의 사회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대학생들의 진로를 돕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청년들의 길을 밝혀왔다.

그중 보건의료 분야 멘토는 수도권에서 단 두 명뿐.

그래서 나는 언제나 더 많은 전문가들이 이 작은 불빛에 합류하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2. 열 명의 청년, 서로 다른 꿈


올해 나는 직접 대면 면접을 통해 열 명의 멘티를 선발했다.

남학생 둘, 여학생 여덟.

약학·간호학·바이오·화공·생명공학·화학... 학과 이름만 들어도 치열한 실험실의 냄새가 스친다.


모든 팀들이 참여하는 4월 발대식과 8월의 리더십콘서트는 축제였다.

다른 팀들과 함께 협력과 팀업을 배웠다.


Team CDP 2025 스타트!
발대식
리더십콘서트

우리의 멘토링은 매월 한두 번씩 만나는 방식이었다.

내가 강의를 하는 방식에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발표하며 성장하는 구성이다.

‘멘토링은 가르침이 아니라, 말하고 생각하고 실행하게 하는 힘, 즉 코칭이다’라는 내 철학에 맞춘 방식이었다.


3. 지금의 나를 보는 일,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일


매년 첫 만남에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각자의 SWOT 분석을 시켰다.

강점·약점·기회·위협을 나누어 지금의 자신을 직면하게 하는 작업.

이 과정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었다.

“3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너는 어떤 모습일까?”


SWOT 분석과 전략 발표회

이과학 분야의 현실을 생각하면 대학원 진학은 선택이 아닌 토대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영어 실력은 유효한 여권이다.

일기를 써서 자기 성찰을 하며 늘 자신을 점검하자.

남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무기를 갖자.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자.

발상의 전환을 하자.

나는 늘 그 다섯 가지를 강조하며 실천을 하고 있는지 묻고 또 물었다.


4. 현장을 만나는 시간, 세상을 배우는 경험


올해의 커리큘럼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장성’이었다.


글로벌 제약기업 실무자 강연

한국 신약개발에 기여한 전문가의 조언

해외 지사 경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국내, 글로벌 제약기업 탐방

윤봉길 의사 매헌기념관 봉사활동


외부 강사 강연
해외 지사장과 화상회의, 신약개발 전문가 강연
기업 탐방

학생들은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현장에서 배웠다.

윤봉길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나는 이 사회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현장 봉사활동

모임 뒤에는 항상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같이 하며 2시간 가까이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 시간은 강의보다 더 의미 있는 멘토링 같았다.


식사를 같이 하는 멘토링

5. 8개월의 끝에서 만난 변화


11월 30일, 종강 모임.

우리는 4월에 발표했던 SWOT 분석표를 다시 띄워놓았다.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 보는 자리.


그 사이 학생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학 능력 향상

해외 연수 참여

실험실 실습 적응

진로의 구체화

바이오헬스 산업 속 자신의 역할 고민


멘토링의 가치는 결국 ‘성장의 불씨를 심는 일’ 임을 새삼 확인한 순간이었다.


나는 한 명씩 이름을 불러 수료증을 전달했다.

올해로 내가 배출한 제자는 총 24명.


멘토링을 완벽하게 조율한 팀장 멘티가 고맙습니다.

'Team CDP 2025'라는 이름 아래 함께한 이 청년들은 사진첩과 손 편지를 준비해 나에게 선물했다.

정성 어린 그 묶음 앞에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수료증과 사진첩, 손 편지

우리의 마지막 시간은 피자와 치맥, 그리고 커피였다.

헤어짐의 순간, 우리는 조용히 이런 말을 나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

6. 나는 등대, 그들은 항해자


이 학생들이 10년 뒤, 서른 살 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을까.


나는 그들이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곳곳에서 역량을 펼치는 ‘글로벌 인재’가 되길 바란다.

지금은 작은 치어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 큰 고래가 되어 돌아올 것임을 믿는다.


그들의 항해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조용히 등대처럼 빛을 비출 뿐이다.


“가라, 너희가 가야 할 곳으로!

나는 이 자리에서 계속 불빛을 보내고 있을 테니.”


한국장학재단이 추구하는 모토 역시 '푸른 등대'이기에 앞으로도 나는 등대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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