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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효과

사랑은 몸이 먼저 알아듣는 언어

by 글사랑이 조동표

토끼 효과

- 사랑은 몸이 먼저 알아듣는 언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1970년대 어느 겨울, 미국의 한 연구실에서 조용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토끼들에게 매일 고지방 사료가 주어졌다.

과학자들은 이 작은 생명들의 혈관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려 했다.


대부분의 토끼는 예측한 대로, 혈관에 기름기가 차오르고 몸속 깊은 곳에서 위험의 그림자가 자라났다.


그런데 이상한 무리가 하나 있었다.

그 토끼들은 기적처럼 건강했다.

같은 사료를 먹고,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우리에서 생활하는데도 혈관 속 지방이 다른 그룹보다 절반 이상 낮았다.


연구진은 실험 조건을 더 조여보고, 변수를 하나씩 지워가며 원인을 찾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예상 밖의 정답을 발견했다.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던 단 한 사람.

그는 사료를 그저 ‘던져놓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 가까이 조용히 끌어안고, 마치 작은 생명을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과학은 그때 처음으로 몸은 따뜻함을 기억하고, 애정은 혈관을 건너 심장 깊숙이 스며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현상에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하여 '토끼 효과(Rabbit Effect)'.


토끼 효과는 사회적 지지와 친절이 건강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준다. 사랑이 생명에 미치는 가장 온기 어린 증거인 것이다.


사랑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영양분이 되어 우리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안심을 느끼는 이유,

한마디 온화한 말이 하루를 다른 색깔로 물들이는 이유,

슬픔의 강을 건너게 하는 따뜻한 손길 하나가 있는 이유는,

결국 사랑이 ‘정서’가 아니라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토끼에게 그랬듯, 우리에게도 애정은 혈관을 천천히 밝히는 빛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으면 표정이 달라지고, 걸음이 부드러워지고, 병도 더디게 찾아온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추위는 밖에서 오지만 따뜻함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혹시 오늘, 조용히 쓰다듬어야 할 마음 하나가 내 주변에 있지 않을까.


말없이 지친 사람의 어깨,

혹은 나 자신이 오래 쥐고 있던 슬픔의 그림자.

그 어느 쪽이든, 우리는 서로에게 겨울을 견디게 하는 난로 한 대가 될 수 있다.


사랑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하루의 균열 속에 흘러드는 작은 온기다.

그 온기가 있을 때 우리는 덜 아프고, 덜 외롭고, 조금 더 살아내기 쉽다.


올겨울, 토끼 효과를 기억하며

한 번 더 다정해지고

한 번 더 손을 내밀어 보자.


누군가의 몸과 마음이 그 따뜻함으로 단단해질 것이고,

언젠가 돌아오는 그 온기가 우리 자신을 가장 먼저 치유할 것이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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