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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세계 Oct 15. 2024

엄마의 호미

사랑하는 사람, 그 주변의 기억들.

 엄마의 무릎 수술이 머지 않아서, 주말 내내 엄마의 밭에 가서 밭 마무리를 도와드리고 왔다. 첫째로는 고구마 순들을 모두 베어내고 호미로 열심히 고구마를 캐내고, 다음으로는 생강과 울금을 캐는데 먹기만 했지 생강과 울금의 줄기와 잎을 처음 보았다. 나무만큼 자란 울금의 줄기들에 경악하다가 허리를 잠시 펴는데 밭일은 운동이 아니라 그저 노동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마지막으로는 들깨를 털었는데 도리깨질부터 채질, 밭 마무리까지. 참기름, 들기름 한 방울 정말 아껴서 먹으리.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데 엄마가 갑자기 한 호미를 들고 왔다. 딱봐도 엄청 튼튼하게 생긴 손때가 많이 묻은 호미였다. “할머니가 쓰던 호미야. 이 호미를 쓰면 우리 엄마가 쓰던거였지~ 하고 맘이 편안해져”

 하늘에 계시는 할머니가 쓰시던 호미. 큰 삼촌이 할머니 댁을 정리하다가 엄마에게 드렸다고 했다. 할머니 장례식에서 엄마가 많이 울던 모습이 생각나서 최대한 밝게 “호미가 엄청 튼튼하네!!” 하고 대답하며 엄마를 보는데, 그 호미를 쥐고 자랑스레 우리 엄마가 쓰던거라며 생글생글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 한 켠이 막 뜨끈해지는 것이었다.


 나도 나중에는 엄마의 모습처럼 우리 엄마가 쓰는 모든 것들이 기억에 남고 더 많이 소중하게 될까봐, 그때가 아쉽지 않도록 나도 엄마의 모든 것들을 귀하게 여겨야지 다짐하면서. 다시 밭을 뒤적이려 호미를 찾는데 엄마가 금세 두고 간 할머니의 호미를 만지작거리다 내가 들기엔 마음이 너무 무거워 그냥 다른 호미를 찾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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