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경로 20240708
블로그의 통계 분석 페이지를 들어가면 '유입경로'라는 기능이 있다. 방문자가 어떤 경로로, 보다 자세히는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여 어느 게시물을 통해 내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이다. 유입경로의 리스트 중에서 지금까지 봤던 검색어 중 가장 긴 것을 발견했다. 검색어라기보다는 하나의 글귀였다. 호기심이 생겨 클릭해 보았다.
" 아름다움이란 것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의지를 다 기울여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곳에 있다. 하나의 형상이 단지 하나의 형상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내가 사랑하고 몰락하고자 하는 그런 곳 말이다. "
따로 검색을 해 보니 사랑하는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이었다. 이 책을 블로그에서 리뷰한 적은 없었으나 방문자는 검색한 문장의 키워드들이 드문드문 섞인 게시물을 클릭한 듯싶었다. 책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문장은 이러했다.
" 사랑하는 것과 몰락하는 것. 이것들은 영원히 조화를 이루어왔다. 사랑을 향한 의지, 그것은 죽음조차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너희 겁쟁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노라!
그런데 이제 너희의 거세된 곁눈질이 "관조"라 불리기를 원하고 있으니! 거기에다 겁먹은 눈길로 하여금 자신을 더듬게 하는 것, 그런 것이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니! 오, 고상한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이여!" (책세상, 209쪽)
아, 지혜로운 방문자여! 지혜를 구하는 목마른 자여. 그대는 나에게 귀하디 귀한 물웅덩이 한 움큼을 내려 주셨다. 메마른 사막에서 언감히 꽃피는 오아시스를 일구려다가 보기 좋게 고꾸라진 나에게. 고꾸라져 겁먹은 뱀처럼 벌벌 기다가 더러운 흙먼지나 뒤집어쓴 나에게. 무언가를 내던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뜻하지 않은 거대한 선물을 받았다. 물웅덩이 한 움큼과 벼락, 벼락, 벼락. 쾅! 사랑하는 것과 몰락하는 것. 방문객이 무심코 남긴 발자국에서. 나의 다음 행선지는 오아시스가 아닌 몰락이다. 이제 나는 시퍼렇게 몰락하겠다. 고지식한 내가 살던 외로운 세계는 이렇게나 역동적인 곳이었다. 그대들은 그 정도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