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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은 쉽사리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by 일기장 Jan 13. 2025

  생각보다 빨리, 고등학교 전보 결정이 났다. 전보 확정. 얼떨떨하다. 올해와 내년, 두 번의 기회가 다였고, 내년에 안 되면 올해 신청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테니 하고 시범 삼아 지원해 본 것이었다. 지난 목요일에 기안이 올라간 것으로 아는데 평일로 이틀 만에 전보 결정이 났다.


  교장선생님 전화를 받으면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놀라움과 기쁨과 떨림이 함께 왔다. 그러던 중 들려오는 말은, '고등학교 관리자들도 궁금해하길래 선생님에 대해 알려드렸어요. 선한 사람이고, 이런저런 사건들도 겪어봐 대처능력도 뛰어나다고 말이에요. 내가 교장으로 온 해부터는 잘 웃고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안 좋은 평가들도 전해 들으신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전 관리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고, 선생님에 대해 궁금했다면 그분들께 여쭤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내가 교장으로 온 해부터는 잘 웃고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씀드렸어요. '


  전화를 끊고 기쁨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내가 고등학교에 가서 얼굴도 비추기 전에 그들은 나에 대해 악평을 남겼다. 교장에서 내려온 뒤 지나치게 밝게 인사하고, 지나치게 일상을 묻고, 무척 싫었다. 내게 소리 지르고, 내 능력을 폄하하고, 나를 싫어한다 대놓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를 좋아하는 듯 굴었다. 처음엔 싫었지만 그래도 부딪힐 일도 없고, 얼굴도 잘 안 보니 내 안에 미움을 간직해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여분의 간식을 가져다 드리기도 하고, 웃으며 인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미움이 올라온다.


  아마도 그들도 나에 대한 미움을 지우지 못했으리라.. 서로 같은 마음이었던 거다. 관리자에서 내려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들이 나를 미워하는 감정은 내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순간까지도 따라와 일을 망치고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럴 기회가 없어 잠자코 있었을 뿐, 나를 망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발톱을 드러낼 사람들이었다. 현 교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자신들이 관리직을 맡을 때 내 얼굴이 어두웠다는 소리를 한 것 같다. 당연한 말이다.

  학생이 죽겠다는 말에 경찰을 출동시킨 다음 날, 내게 소리를 질렀다. 자살 위기에 대해 모든 것을 대처하고 보고서를 쓰고 대면하고 있는 것은 나였고,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이니 함께 하자는 말을 다 거절당한 그 시점, 학부모와 학생이 상담실에 왔다 갔다는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리를 질렀다.

  그런 것들을 지나 보낸 줄 알았는데, 나를 악평했다는 이야기에 다시 트라우마처럼 올라온다. 미움은 쉽사리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교장은 이번 학기 이후로 퇴직이지만, 교감은 앞으로 최소 6년은 함께하리라. 누군가가 본색을 뒤로 숨기고 나를 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치가 떨리는 일이다. 내 인생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다. 나는 더 좋은 환경에, 적은 일에, 적은 학생들을 대하며 상담 다운 상담을 해나갈 것이다. 할 수 있다. 그들이 아무리 망치려 해도 나는 망가지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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