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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Aug 11. 2022

작품을 먹는 미술관

상수역 도식화

전시기간: 2022.07~

관람일: 2022.08.05






전시를 보는 것이 예전에 비해 일상적인 놀이가 되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전시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전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 곳에 벌여 놓고 보임.'이라는 뜻이니, 미술관 전시만 전시가 아니라 전시라는 큰 이벤트 안에 다양한 장소와 방식으로 열리는 전시가 포함되어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품을 먹을 수 있는 전시 '도식화'가 나타났다.


필자는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필자의 인스타그램에는 디저트 관련 게시글이 넘쳐난다. 그러다 굉장히 고요한 분위기에 놓여있는 마들렌 사진을 보았고, 그 사진을 통해 도식화를 알게 되었다. 올해 7월 오픈한 카페 도식화는 '그림 도(圖), 먹을 식(食), 될 화(化)' 자를 쓰는 '그림을 먹게 되는 곳'이다. 마들렌 전문 카페지만, 디저트를 먹는 순간을 하나의 미적 경험으로 느끼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 독특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전시에 빗대어 하나하나 복기해보았다.



외부에서 보는 전시관의 하얗고 깨끗한 계단이 놓인 파사드가 주변의 회빛 풍경과 대조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시 서문에 해당하는 전시관의 설명이 있다.

서문을 읽고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다. 12종류의 마들렌 모형이 캡션과 함께 좌대 위에 놓여 있어, 조각 작품을 감상하듯 마들렌의 생김새와 맛을 전시의 형태로 감상하게 된다.

전시 동선은 카운터로 연결되어 실제로 맛볼 작품을 골라 결제하고, 리플렛에 해당하는 작품 카드를 가져갈 수 있다.

작품을 받은 후에는 1층 전시장이나 2층 카페에서 경험을 이어간다. 1층에서는 전시장을 감상하며 먹을 수 있고, 2층에서는 독립되고 여유로운 좌석에서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2층 공간이 궁금해 올라가 보았다. 좌석 간 거리가 넓어 작품을 즐기기 좋다. 작품으로는 간장 들깨 마들렌, 도식화: 7월 9일, 아이스 페퍼민트 티를 주문했다.

카페 도식화의 작품은 크게 퓨전 양식과 서구 양식으로 나뉘고, 미술관을 위해 도식화에서 특별히 제작한 작품 '도식화: 7월 9일'이 있다. 서구적인 맛은 다른 디저트 카페에서도 맛볼 수 있어서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퓨전 양식 중 간장 들깨 마들렌을 골랐다. 스태프분이 추천해주신 대로 마들렌을 반으로 가른 다음, 스포이드로 간장을 뿌려 먹었다. 들깨가 든 마들렌을 들깨 칩과 함께 먹어 고소, 간장의 짭짤한 맛이 마들렌의 달콤 고소한 풍미를 끌어내 주는 맛이었다.

다음으로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작품 '도식화: 7월 9일'을 맛보았다. 작품의 날짜는 아마 도식화가 오픈한 날이 아닐까 예상해보았다. 사각틀 안에 무스 크림과 마들렌을 섞어 넣고 차갑게 굳힌 다음 먹기 좋게 썰어 내어 주신다. 주변은 견과 크리스피로 장식해 식감과 장식성을 더했다. 상큼한 트로피칼 맛이 났는데, 부드러운 무스 크림과의 조화가 좋았고 다채로운 색감과 플레이팅이 하나의 그림 같았다.

2층에서의 감상 이후에는 계단을 통해 외부로 나갈 수 있다. 이를 마지막으로 도식화에서의 경험이 끝난다.



이렇듯 도식화를 이용하는 모든 순간을 미술관에서의 체험으로 치환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주문한 메뉴를 직접 들고 이동하고 셀프바에 반납하는 전형적인 식음공간에서의 행위는 전시관 경험이라는 측면과 약간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다. 식음공간에서 음식을 서빙받느냐 셀프 서빙하느냐의 문제는 전시장에서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심사숙고해 배치 작품을 보는 것과 작품을 직접 벽에 걸어 감상하는 것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마들렌이 작품이라면 그것을 받치는 식기와 트레이는 액자다. 그것을 가장 보기 좋은 형태로 배치하는 스태프, 즉 디자이너의 서빙이 더해진다면, 고객 입장에서 전시관으로서의 경험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카페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셀프 서빙 방식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더 예민한 고객 경험을 위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봐도 좋을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식화에서의 경험은 아쉬운 점은 있어도 이렇게 신선한 시도 자체가 무척 좋다고 생각하고, 식음공간까지 넓혀진 전시의 영역이 앞으로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된다.





도식화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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