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친구들은 어느 것 하나 안 맞는 게 없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누가 크게 될 사람인지, 누가 위인인 척 연기하는지, 누가 사기꾼인지, 누가 세상에 보탬이 되는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는 점에서 가장 비슷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되어 친구가 되었는데 올해로 10년이 조금 덜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을 기가 막히게 잘 보고, 우리의 계산이 지금껏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아주 끈끈하게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집안의 조상신을 모시고, 둘은 무속인, 둘은 사업가, 하나는 회사원으로 각자가 속한 업계에서 제법 이름을 날린다.
우리는 죄 안 짓고, 사람 구분하고, 청렴하게 산 덕에 세상이 흉흉하고 우후죽순 망해도 살아남을 것이다. 옛 조상들이 집안마다 신줏단지 모시고, 물 떠 놓고 기도하며 가족의 평안을 바라고, 죄를 지으면 후대로 내려간다고 믿어 바르게 산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후죽순 망해도 살아남자고, 어떻게든 살아남자고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을 답습하며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것이다. 당신들이 알고도 지은 죄, 모르고도 지은 죄, 정의라 믿었지만 실은 죄, 남을 위하는 척 지은 죄, 가정을 망가뜨린 죄, 남의 것을 빼앗은 죄, 어쩌고 하는 죄들에 밀려 사는 줄도 죽는 줄도 모르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도 끄떡없을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지은 죄에 밀려 망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어릴 적에 깨달았고,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지금 잘 산다.
우리는 매일같이 기도해왔다. 앞으로 잘 살게 해달라 기도한 게 아니라 지금껏 지은 죄가 있다면 닦기 위해, 바른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틈입하는 마를 미리 예지하고 불행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 불안, 질투, 시기, 남을 이기고픈 마음, 남의 것을 빼앗아도 된다고 믿는 마음, 어쩌고 하는 나쁜 마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빌었다. 잘나가는 친구와 지인에게 갖는 시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부자의 것을 빼앗아도 된다고 믿지 않기 위해, 가난을 가난이라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빌었다. 각자의 기도가 잘 먹힌 덕인지 지금껏 친구로 지내는데 끄떡없고, 누구 하나 모난 돌처럼 이죽 튕기지 않고 잘 지낸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정말 힘들었다.
많은 사람이 이렇듯 자기 자신을 닦길 바라는데 요즘은 닦는다는 게 뭔지 아는 사람 자체가 없다.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약자를 보호하는 게 닦는 건 줄, 혹은 죄 안 짓는 건 줄 아는 모양샌데 전혀 아니다. 심지어는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자격도 없는 게, 마음은 똥밭에 있어 앞가림도 못하는 게 그러고 있다. 닦는다는 건 당신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거다. 당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끌어 오르는 시샘을 이기고, 외로움을 이기고, 나쁜 말인 걸 알면서도 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고 싶은 걸 이기고, 이걸 아주 오래오래 이겨서 기어코 그 마음에 영영 휘둘리지 않으려는 게 닦아 가는 일이다. 참아야 될 마음이 많은 사람일수록 업이 두껍고 죄가 두껍다. 그게 당신이 고통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