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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사의 근황

갑작스러운 추모식

by 음악치료사

어제 퇴근 전, 직원 하나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내 옆에 앉아있던 오피스 메이트는 이 직원이 누군지 아냐며 물었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라 모른다고 답했다. 그냥 나이가 많은 의사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곧이어 추모식 이메일이 도착했다. 다음날 오전. 참석여부 투표와 함께.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건가? 누군지 궁금하거나 그런 갓보단 또 내일 미팅과 업무 외에 일정이 잡혔다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누구길래 왜 이렇게까지 하지? 우리 정신병동 직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러고 그냥 퇴근하고 잊혔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출근하는 부장이 이메일을 보내놓는다. 그걸 읽으며 추모식이 기입되어 있는 걸 보고 가야 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러다 아침 미팅에서 그녀가 누구인지 듣게 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직 만 41세의 미모의 직원이었다. 무슨 사고가 났던 걸까 타살인가 무슨 일이 갑자기 닥쳤나 보다 하고 다들 안타까움에 탄식하였다.


딱 일주일 전, 우리 병원 심리학 박사 인턴들이 졸업할 때 봤었는데, 그때 다른 동료들의 기억으론 평상시처럼 괜찮았고 밝게 인사한 기억만 있다는 얘기들 뿐이었다. 나 역시 그녀를 볼 때마다 격주나 3주에 한 번씩 자르는 듯한 똑 단발에 마르고 단단한 체격으로 보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누가 봐도 멋진 커리어우먼이었다. 유럽계이고 평판은 좋고, 학생들의 존경도 받으며 늘 열심히 일하고 한 번도 무단결근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와 안면만 있고 아마 오다가다 내가 정신병 응급실을 커버할 때 몇 번 마주치고 일적인 얘기를 한두 번 나눴을 것이다. 그날 역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코로나 때 병원에서 나눠준 스크럽을 입고 있었는데 워낙 마른 체격이라 도대체 무슨 사이즈를 입는지 궁금해서 계속 쳐다봤었다. 가장 작은 상하의 사이즈가 xs일 텐데, 내가 갖고 있는 똑같은 사이즈인데 어쩜 저렇게 마르고 루즈한 야리야리한 핏인지 신기해했다. 다이어트가 제자리걸음이던 나는 예쁘장한 얼굴에 똑 단발을 한 그녀를 그저 부러워했었다. 근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떠나서 좋은 직업에 겉으로 보면 완벽해 보이는 그런 사람이, 아무런 전조증상이나 예고도 없이 모두가 예상치 못한 그녀의 현실은 어떤 것이었을까...


다시 그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그녀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부러워하는 것도 잠시 내가 유심히 봤을 땐, 그녀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고 지쳐 보였다.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미팅에 늦게 참석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오지랖을 부리면 실례가 될까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심리학자로 일하고 있었기에 심리학 박사생들의 멘토로서 졸업하는 인턴들의 축사를 의무적으로 하고 졸업식이 끝나고 그녀와 같이 일했던 인턴을 축하해 주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다.


나는 일을 끝내고 추모식에 5-10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사망 사안을 얘기했다는 걸 오피스메이트 문자를 보고 알았다. 내 귀로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추모식이 정말 급하게 잡힌 것이라 그녀의 지인들이나 아는 동료 혹은 그 외 사람들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최측근, 가장 친한 친구분이 추모사를 하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자신을 탓하며 슬퍼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녀와 친분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추모사가 끝난 뒤 난 그 친구분을 찾아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자책하지 말라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더 잘 챙기고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으며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나도 추모사를 듣는 내내 눈물이 흘리며 얼마나 울었는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직장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처음이라 더군다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양한 정신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환자/사람들과 일하는 동료가 그렇게 갔다는 것이 낯설고 믿기지 않고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워낙 프라이벳 한 사람이어서 그녀와 가까이 일한 직원들도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녀가 단 1%라도 나와 같았다면, 그래서 주위 동료들에게 털어놓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좀 달랐을까? 너무나 젊은 나이에 좋은 동료를, 좋은 사람을 잃게 되어서 허망했다. 정신과 분야에 일하는 전문가들 모두 다 자신과 (동료들을) 돌아보며 더 스스로를 챙기며 정신 건강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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