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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째 키워드: 삶

Questioning Life

by 언디 UnD

지금껏 써온 모든 글들이 모두 내 개인적 삶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갑자기 삶을 글감으로 받으니 당황스럽다.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내려 가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큰 주제라 어떻게 해도 1000자 내로는 담아내지 못할 것 같다.


삶이 묵직한 이유는 어쩌면 끝에 있을 죽음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텅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삶과 죽음, 이 짝지음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착 붙는 이유는 그 두 가지 사이의 간극이 천지만큼 넓은 듯하다가도, 때로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가깝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할 때, 역설적이게도 삶을 가장 깊게, 넓게, 침잠해서 음미하게 된다. 아무 지병도 없던 지인이 하룻 밤 사이에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폐렴으로 잠깐 입원한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돌아가셨을 때, 너무도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그리고 어린 자녀들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부고를 들을 때. 나는 스위치를 끄듯, 살아있음의 상태가 죽음으로 순식간에 돌아선다는 것이 얼마나 별 것이며, 동시에 아무런 일도 아닌지를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일까, 여전히 죽음은 가짜 같다. 고통은 너무나 피부 가까이에 있지만 죽음은 영원한 여행 같은 것이니까, 떠난 사람은 아무 말도 해줄 수 없고, 남은 자는 그렇게 삶의 시간에 따라 죽음을 차차 잊어간다.


죽은 자에 대한 슬픔을 애도하는 중에, 이런 생각을 한다. 살아 남은 자, 살아 있는 자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그 끝은 어디인가. 무한한 무기력함을 느낀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겸손하게 생명에 걸맞는 삶을 희망하는 것 뿐이라는 결말에 이른다.

모두들 이건 나의 인생이라 외치며 살아가지만, 사실 삶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주어져 숙제처럼 어찌어찌 살아가는 것.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소중하게 이어나가는 것. 때로는 길을 잃고 무너진 하늘 아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 때때로 희소한 행복감을 느끼고 심장이 뛰는 것. 정말 모르겠다. 도무지 내 실력으로는 삶을 완전히 정의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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