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 대한 의사결정법
근검절약. 딱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적극 권장되었던 가치다. 어쩌면 우리나라 생활 수준이 높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고, 절약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의 가치가 컸던 시절이라는 점이 유효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딱 적당한 수준으로 검소하게 절약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고등학생때까지는 부모님께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받으며 지냈었고, 그 뒤로 대학교 학부, 석사까지 꽤나 오랫동안 학비와 용돈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생활력이 엄청 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약간 자책을 하기도 했다. 동시에 부모님의 돈을 쓴다는 생각 때문에 용돈을 함부로 낭비하거나, 주어진 것 이상을 더 벌어서 소비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평범한 수준의 절약 정신과 사치하지 않음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취직을 하고 더이상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지 않게 되면서부터 진짜 나의 소비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월급의 일정 부분 저축을 해야 한다 들어서 일정 금액이나 %를 따로 떼서 통장에 모아두기도 했다. 또 적금을 부어서 돈을 묶어 놓기도 했고, 나머지 돈은 수입에 맞게 필요한 데에 사용을 했다. 그렇게 무난하고 소극적인 돈 관리를 하며 살아오다보니 당연히도 크게 자산을 불릴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젊은 나이부터 더욱 무리를 해서 투자를 하고,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급원들을 발빠르게 찾아다니며 살고 있었다. 사실상 절약만으로는 서울에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곳을 가질 수 없었고, 절약에 집착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 승리이거나 찌질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High risk, high return 이라는 세상의 논리 속에 절약은 맥빠진 구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절약은 애초에 단번에 부자가 될 수 있는 도구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절약은 절제하는 소비 습관을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것은 정말 어렵고, 쓰는 것은 순식간이다. 무제한의 허용치는 아니지만, 금세 가용한 최대치까지 다다르기 쉬운 행위가 소비 행위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선택을 잘 따져보고 정보를 잘 분석하는 것,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것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절약이다. 그리고 어떨 때는 선택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도 절약이 될 수 있다. 나는 미래의 내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아껴야 한다거나, 절약을 해야한다고 가르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선택지의 가중치를 잘 판단하고, 주어진 자원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