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7번째 키워드: 영화

공식적 현실도피처

by 언디 UnD

나는 공상과학 영화를 모든 장르 중 가장 좋아한다. 내가 살아 보지 못한 경험해 보지 못한 상상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현존하지 않는 무언가를 꿈꾸고 구체적으로 그려 보는 일은 영화와 같은 픽션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인것 같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OTT 플랫폼이 발달 하지 않았을 학창 시절에는 반 친구들과 교복을 입고 기분전환 하러 영화관 가는 그날이 참 좋았다. 지금은 영화가 10,000원 가까이 하지만 그때는 조조 할인을 받으면 3000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영화관에 가면 표를 확인하고 불이 꺼진 서늘한 기운의 공간으로 들어가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그 경험도 특별 했다.

지금처럼 영화 정보가 많지도 않았어서 어떤 영화는 정말 재밌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정말 못 봐줄 정도로 재미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은 영화 잘못 골랐네! 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현실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삶과 이야기에 마음껏 몰입하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내 인식을 확장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영화 속 인물들은 내가 감히 해볼 수 없는 일들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하고 아슬아슬 조마조마 하게 어떤 위험이든 감수한다.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모르는 선택들을 마주한다. 그들의 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론자가 되기도 하면서 타인의 삶을 잠시나마 내 것으로 음미 한다. 그들과 함께 환호하고 또 마음 깊이 슬퍼한다. 그리고 영화관에 불이 켜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정말 강력한 영화라면 그 흔적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아 다시금 찾게 된다.

keyword
이전 15화16번째 키워드: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