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ch love and little hate
기념일. 의미 있는 기억의 날들을 다시 되새기고 축하하는 날이다. 하지만 축하해야 할 일들을 전부 모으면 기념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도 하다. 또, 기념해야 할 날이 없는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떡한담.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념할 기회를 주기 위해 생일이 있는 게 아닐까. 태어나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내 성취와 상관없이 기념의 이유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기념을 기대하는 내 자신도, 기념을 해주어야 하는 일말의 책임도 버겁고 귀찮을 때가 있다. 대체로 축하와 기념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호 축하에 대한 의무가 지워지기도 한다.
때로는 계산적이 되고, 때로는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미묘한 기념일. 마음을 다해 축하해준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또 세월이 흘러갈수록 물질로 표현되지 않으면 찐맛 없어지는 기분인 것도 사실이다. 미소와 함께 다정다감한 축하와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꽃다발, 맛있는 식사, 상품권, 예쁘고 실용적인 선물까지 모두 원하는 욕심쟁이들이라 그런가.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에게는 조금은 반가운, 동시에 귀찮은, 그리고 끝내 약간의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것이 나, 너, 우리의 기념일이다.
결혼 기념일이 지금 나에게는 가장 의미가 큰 날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 3일 뒤로 다가왔는데, 올해는 학업이며 이것저것으로 상반기를 훌쩍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는 새에 결혼 기념일이 코앞이다. 이 날의 사진을 보면, 또 신혼 여행 때의 사진, 스냅 사진 같은 기록들을 보면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갑작스러운 서울시 축제 때문에 결혼식장 주변이 교통 마비가 되었었던 사건, 매주 가던 교회에 결혼 예배를 드리러 갔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설렘, 웨딩드레스와 신부인 나에게 쏟아졌던 칭찬, 엄마의 눈물,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함께 하겠노라 남편과 서약했던 순간, 그리고 시어머니의 오열까지. 하나하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꺼내볼 수만 있는 소중한 순간들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