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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째 키워드: 어른

되고 싶었던, 이제는 되다 만

by 언디 UnD

어른이 되면 좋을 줄만 알았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에서부터 사고 싶은 걸 맘대로 사는 것, 밤 늦게까지 맘껏 돌아다니는 일 같은 일들에 환상이 있었다. 간섭 받지 않는 자유, 자율적 선택, 누릴 수 있는 여유까지도 이제 와서는 모두 거저 얻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만. 20살이 되면 완전한 어른의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30대에는 완전한 어른의 삶을 살 줄 알았다. 40대 이후는 너무 늙은이처럼 느껴졌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터무니 없었다. 40대는 그냥 살다 보면 마주하는 꽤 이른 시점이었다. 삶을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어른에 대한 환상이 한꺼풀씩 벗겨졌고, 간절했던 어른의 삶은 무뎌진 현실이 되었다.


어른의 삶은 단단한 동시에 좀 쌉쌀하고 외로운 맛이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진리이며, 시간, 돈과 같은 모든 자원을 지금 어떻게 쓰느냐가 미래의 삶을 결정짓는다. 그 모든 부분을 관리하는 경영자는 바로 어른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기에,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어른으로서 사회로부터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는 것도 때로는 버겁다. 어른스럽게 행동한다는 게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하는 또 다른 수 많은 어른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결국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누군가 잘 자란 어른을 기대한다면, 그런 건 세상에 없다는 것. 어른도 자기만 생각하고, 애들처럼 떼 쓰고 싶어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으며, 생각보다 이것 저것에 얽매인 순간들이 많다. 겉모습은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모두 어른이 되다만 미성숙함을 지니고 있다. 정말 멋진 어른, 닮아가고 싶은 어른을 인생에서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정말 큰 행운이다. 그 어른들은 분명 어른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을 통해 누군가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과 타인의 미성숙함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그 사람은 아직 더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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