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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Jul 08. 2021

연애를 모르는 사람의 연애

나하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연애

한 사람이 그랬다.

나를 스쳐간 사람 중에 그 한 사람만이 그랬다. 진짜 연애는 아니었다. 연애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내게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았다. 내가 힘들 때 그 사람을 찾았다. 물론 나도 그 사람이 힘들 때 같이 있어주었다. 그게 다였다. 내가 그 사람과 달라졌다고 느꼈을 때? 내가 그 사람에게 갈 수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그 사람을 멀리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때는 그랬다. 그러고 나서 내가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던 사람은 그 사람이었다. 가 힘들 때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라고 과감히 말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여보세요?", "여보세요."였다. 나의 전화기가 고장이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건, "누군지, 말 안 해."라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을 때였다.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거겠지? 정말 용기 내어 전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내 전화 고장 난 것에 아쉬웠고, 당장 공중전화기를 찾아내 다시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공중전화를 찾으러 가진 않았다. 마 후 '전화기가 고장 나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난 나쁜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작한 게 없는 연애는 끝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 사람과 나는 시작한 게 없었기 때문에 끝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따금 씩 그 사람을 떠올렸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이후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도 내 전화번호를 수신 거절해놨겠지. 그 뒤로도 두 어번 더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게 된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번호였던가? 아닌가?

그 사람 전화번호는 아직 기억하면서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 걸까. 그 뒤로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더 걸어보고 싶긴 하다. 언젠가.

전화번호가 바뀌었어도, 그래서 안내 음성이 나오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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