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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Jul 09. 2021

연애를 모르는 사람의 연애

봄날 같은 겨울의 짧은 연애

전화기를 잊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 내 전화기에 전화를 걸어본 적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전화기를 잊어버렸을 때, 초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99% 차지하고, 나머지 1% 전화받을 수도 있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 번만에 받았나? 두, 세 번 만에 받았나?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나의 전화기를 주운 사람은 전화를 받아주었다. 버스 안에서 주웠다는 그 사람의 말. 일단 고맙다고 전한 뒤 전화기를 돌려받아야 하니 만날 장소를 정했던 것 같다.  렇게 만나 그 사람은 연락을 해왔다. 아, 처음부터 내게 호의를 가장한 호감을 표현했던 것 같다. 그게 싫지 않았다. 그렇게도 사람을 만나기도 하니까.(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그렇게 연락처를 주고받은 그 사람과 연락을 시작했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작은 사람이었다. 단 그것도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매우 적합했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사귀게 되었고, 매일 저녁 만났다. 저녁시간 말고는 시간이 나지 않는 그 사람을 위해 저녁시간마다 만났다. 아, 그게 첫 스킨십이었던가? 그 사람과 짧은 그 시간 동안 애틋했다.  사람이 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났을까? 한 달이 지났을까? 애석하게도, 아니 그 사람에게 미안하게도 난 그이 상의 감정을 가지지 못했다. 그냥 보고 싶지 않아 졌다. 그렇게 가벼운 연애를 또 한 번 끝냈다. 왜 사람에게 질려하는지 나조차 그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첫 스킨십에 대한 기억은 괜찮았다.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거 보면 괜찮았던 거다. 가 많이 어설펐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리 어설프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아직 기억이 나는 건가? 하고 생각해본다. 뭐 아무렴 상관없다. 내가 기억하는 첫 스킨십은 설레고, 떨리고, 두근거렸다. 금방 끝나버렸지만 봄날 같은 기운을 가져다준 연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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