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더 반짝일 수 있도록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를 영화에서 찾았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기억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난한 날들을 살아가며, 한 줌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 그만의 완벽한 하루를 쌓아나간다.
나의 지난한 날들은 그의 삶처럼 완벽한 반복 아래 굴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온전한 내 것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이랄까.
살면서 락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없었다.
락보다는 인디와 재즈 같은 차분함이 나의 음악적 취향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인업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포진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펜타의 김말냉. 식당에서 먹었으면 지극히 평범했겠지. 그러나 여기서 먹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
맥주는 살짝 밍밍했으나, 여름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
무심코 찾아간 스테이지에서 찾은 보물.
특히 夏夜のマジック(여름밤의 매직)은 다른 곡들보다 감동이 세게 왔다.
한 동안은 이 분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달고 살 예정.
2024년 펜타의 여름이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항상 설렌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아버지가 매번 가족들 먹으라고 맛난 거 챙겨 오는 이유가 점점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말로 하기 부끄러워서 행동으로라도 ‘사랑합니다’를표현하는 조금은 유치한 방식이랄까.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야쿠쇼 코우지를 알게 됐고, 그의 대표작인 <쉘 위 댄스>까지 접하게 됐다.
히라야마보다 지난한 날들을 먼저 살아갔던 또 다른 인물 스기야마.
아직 나의 삶을 투영하기에는 겪지 않은 일들이 많지만,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면 한 번쯤 다시 찾게 될 영화.
<1986, 그 여름 고등어통조림>.
꽤나 귀여운 영화였다.
센치한 녀석과 소심한 녀석이 만들어내는 특급 우정은 다소 뻔할지라도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울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찔끔 났달까.
아직은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하루가 많다.
여유라는 것을 말로만 좇고 있어서, ‘눈이 연필이고 마음이 공책이 돼’는 하루가 극히 드물다.
아직 지나야 할 여름이 길다.
남은 여름날들이 조금은 더 반짝일 수 있도록
내 눈이 연필로, 내 마음이 공책으로.
그 쓰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