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텍스트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화제작이 등장했습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셰프들 100명이 모여 요리 경연을 펼치는 <흑백요리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콘텐츠의 화제성은 밈의 생성수와 비례한다고 했던가요? 출연자들의 어록을 활용한 각종 밈들을 SNS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건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안성재' 셰프의 어록을 활용한 배달앱 리뷰입니다.
국내 유일 미슐랭 3 스타 셰프인 안성재는, 방송 내내 이 요리가 이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의도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그래서 그는 출연자들에게 끝없이 묻습니다. '이 요리의 의도는 뭔가요?' 어떻게 보면 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당연한 수순입니다. 완성된 음식을 먹는 건 셰프가 아닌 손님이기 때문이죠. 손님은 이 요리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리의 의도를 설명할 수 없는 셰프는, 생각 없이 요리한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한 마디로, 기획자의 의도는 고객에게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원칙은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직무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기획자가 의도가 유저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죠. 세상의 모든 갈등의 시작은 바로 '나' 중심적인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오롯이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 또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온전히 기획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프로덕트가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이 원칙을 적용하면, 우리의 사랑스러운 프로덕트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가지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아래는 쿠팡을 사용하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화면입니다. 상품 구매 확정 후 등장하는 이 화면, 한번 자세히 볼까요?
이 화면에 등장하는 '구매 경험'. 과연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나요? 저처럼 마케팅에 몸을 담고 계신 분들이라면 지겹도록 들었을 용어겠지만, 일반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일까요? 아마 이 단어를 보고 조금은 멈칫했을 겁니다. 하단에 배치된 별점을 매기는 영역을 보고 나서야, '아, 그냥 별점 매기는 거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겠지만요.
무엇보다 이 영역은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피드백 섹션입니다. 과연 이런 영역에 전문용어(Jargon)가 쓰여도 괜찮을까요. 아마, 안성재 셰프가 보셨다면 곧바로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역의 의도가 뭔가요?'
망설이는 고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고객들이 자주 사용하거나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는 거죠. 바로 이렇게요!
어때요,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구매 경험이라는 전문 용어 대신 대화체의 텍스트로 수정해 좀 더 친근한 보이스톤으로 수정하고, 상단에 서브 텍스트를 배치해 해당 영역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수정했습니다. 이 정도면 안성재 셰프도 90점 만점을 주고 가지 않을까요.
정리:
✅'구매경험'이라는 Jargon대신 유저에게 익숙한 일상용어로 변경
✅해당 영역의 의도가 드러날 수 있도록 서브 카피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