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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Nov 22. 2024

러쉬 알림톡의 7가지 라이팅 원칙들

러쉬, 첫 UX 리라이팅 이야기

내 정확한 직무명은 '콘텐츠 에디터'다. 하지만 에디터로서의 업무는 당연히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시 서문, 이벤트 페이지, 소개서, 하다못해 협업사에 보내는 이메일까지... 텍스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순간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맡게 된 알림톡 개선기 프로젝트도 그렇게 시작됐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매장과 자사 앱에서 결제 시 받는 알림톡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거, 같은 브랜드에서 보낸 알림톡 맞아?

분명 같은 브랜드에서 받은 알림톡이지만, 온/오프라인에 따라 유저가 받는 메시지가 상이하다.

예를 들어 자사 앱 구매 시 받은 알림톡은 마침표로 인사를 끝내지만, 매장 구매 시 받은 알림톡은 물음표로 인사를 끝낸다. 주요 정보를 구분하는 특수 문자 사용에도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인사말도 미묘하게 다르다. 자세히 알아보니, 알림톡마다 담당한 기획자가 달라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구매한 채널이 달라도, 동일한 고객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문구들을 점검해 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자사에서 사용 중인 알림톡 문구들을 구글 시트에 모두 정리하고,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림톡에서도 '러쉬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친근한 보이스톤을 다시 설정할지도 고민했지만, 타 브랜드들의 알림톡을 찾아보니 대부분 말 그대로 '정보성'에 집중해 건조한 문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타 브랜드의 알림톡 사례들 - 대부분 드라이한 톤을 사용한다.

알림톡 특성상, 유저의 동의 없이도 발송이 되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과연 이 알림톡을 받는 사람들은 메시지에서 '러쉬스러움'을 기대하고 있을지, 아니면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는 날짜를 기대하고 있을지 고민했다. 


답은 간단했다. 알림톡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다. 유저가 필요한 정보를 understandable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러쉬 알림톡의 7가지 원칙


1. 주요 정보는 특수문자'▶'를 활용해 강조한다. 


가장 먼저 떠올린 원칙이다. 기존 알림톡 문구에서는 강조를 위해 사용되는 특수 문자가 모두 달랐다. 사소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시성이 높은 특수 문자 특성상 눈에 잘 띄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천차만별이었던 특수 문자를 하나로 통일해 정리했다. 


2. 능동형으로 작성한다.  


능동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 문장에 힘을 실어주고, 불필요한 문장을 줄이기 위해서다. 피동형 대신 능동형을 권장하는 건 UX 라이팅의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하다. 어색했던 피동형 문장들을 능동형으로 모두 수정했다. 


3. 축약형을 사용한다.   


영역의 한계로 인해, 알림톡에는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담기기 쉽지 않다. 최대한 주어진 영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문장은 가능한 한 줄이기로 했다. 


4. 하단 고정 문구는 통일한다.    


이 원칙 역시 알림톡마다 모두 마무리 인사말이 달라서 세운 원칙이다. 구매한 채널이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에게 안내를 받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문구를 픽스했다.

5. 버튼명 '~하기' 표현을 지양한다. 


"~하기".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기라는 표현이 토스를 시작으로 이미 너무 많은 브랜드의 UI 텍스트에 사용되다 보니, 과연 이 표현이 정말로 적합하기 때문에 사용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UX 라이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난제이기도 하고. 고민 끝에 아래와 같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1.) 유저에게 액셔너블함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 

ex.) 지금 예약 > 지금 예약하기


*명사보다는 동사로 사용했을 때 훨씬 임팩트가 강렬하다.  


2.) 유저에게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 

ex.) 예약하기 > 예약하러 가기


*<예약하기>의 경우, 버튼 클릭 시 바로 예약이 진행되는 것처럼 들려 유저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 대신,

<예약하러 가기>라는 문구를 통해 유저에게 아직 본격적으로 예약이 진행되지 않으며, 선택을 철회할 기회가 남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6. 인사말은 생략한다.


알림톡을 받는 고객들은 이미 이 브랜드로부터 알림톡이 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는데, 또다시 인사를 건네는 건 '겹말'처럼 느껴졌다. 단, 특수한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예외를 두기로 했다. 


(예시. 브랜드의 첫/마지막 인상을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 등)


7. 상단 문구 <~안내>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사용한다. 


기존 알림톡 문구에는 ~안내라는 표현이 관성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내가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기 위해서다. 고객에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 (배송, 예약, 주문, 결제 등)만 '~안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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