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필사
추상적이고 어려운 삶의 이치를 설명해야 할 때 종종 구체적인 사물, 운동 등등이 비유되어 인용되면 더 이해가 쉬울 때가 많다. 은근히 졸여 깊은 맛이 더해지는 곰국 같은 삶, 쉽게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와 같은 삶...
이 책에서 바둑과 비유된 저자의 2가지 삶에 관한 표현이 나온다. 먼저 넓은 공간을 차지하여 전체적인 판세를 유지하는 '큰 그림 그리기'와 작은 영역을 단단히 차지하여 구체적인 싸움을 즐기는 '디테일 중시'이다. 삶은 바라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바둑도 삶도 한 가지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옮겨 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할 듯싶다
저자의 이 문구를 보자마자 필사를 서둘렀던 것은 비단 이런 글귀를 좋아해서만은 아니다. '삶을 어떻게 대하고 바라봐야 할까?'라는 화두는 꾸역꾸역 싱겁게 몇십 년의 나잇밥을 먹으며 새로운 '사추기'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어린 시절에는 집 앞 밖에서 몰아치는 여러 미션들을 통과하느라, 결혼 이후에는 육아에 지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금방 지나갔다. '이렇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배웠던 어른들의 조언은 어떨 때는 정답처럼 보였다가 또 어떨 때는 오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혼동은 아마도 무조건 정답만 찾고 싶은 나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확고한 정답이 있을까? 부모님이, 선생님이, 친구들, 유명인들 등이 알려주는 '좋은 삶'에 관한 정답은 그들이 추구하는 답일 뿐이다. '그들이 겪어보고, 원하는 답'이 나의 정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지금 혼란이 온 상황에서 시간이 들더라도 한 걸음 물러나 내 삶에 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리고 한 땀 한 땀 구체적으로 채워 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