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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의 날씨는 어때?

by 하늘진주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배우 김우빈은 과거 비인두암으로 투병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잠시 멈추고 걸어가는 삶에 대해 말했다. 과거 그는 “3시간 자유 시간이 있으면 2시간 운동 후 1시간만 잤다”라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투병 생활을 겪고 난 후 좀 더 여유를 가지며 주변 사랑에 관한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때 걸음을 멈추기가 두려워진다. 잠깐의 이 머뭇거림이, 잠시의 이 게으름이 두고두고 후회할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빛을 향해 무작정 부딪히고 보는 나방들처럼, 품고 있는 마음이야 어떻든 강제적으로 휩쓸려 가다 보면 조금 안심이 된다.


독서 수업 때 고등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으로 커다란 불안들이 마음속에 도사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못하는 학생이든 불안의 벌레는 차별하며 날아들지 않는다. 공평하게 날갯짓하며 여기저기 불안을 물들인다.


지난 월요일에는 긴 추석 연휴를 끝내고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생들과의 수업이 있었다. 이럴 때면 아이들은 항상 ‘수업하기 싫어하는 불치병’에 걸린다. 그나마 증상이 괜찮은 학생들은 곧잘 수업에 잘 참여하곤 하지만, 유달리 긴 후유증을 앓는 아이들은 결석이나 조퇴를 많이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고장이 난다. 그럴 때마다 난 종종 ‘마음 날씨 대화’로 수업을 연다. '마인드웨더'라는 카드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의성어나 그림으로 요즘 자신의 마음 상태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수업 중 아이들은 ‘그렁그렁’ (거울 속 눈물이 맺힌 자신을 보는 그림), ‘어영부영’ (환한 등잔불 아래에 누워있는 모습), ‘와장창’(유리가 깨지는 그림)과 같은 마음의 불안을 나타내는 의성어와 그림을 선택했다. 학생들은 긴 연휴 동안 놀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조금이라고 더 공부하고 있을까 봐, 황금 같은 기회를 어영부영 보내버렸을까 봐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대화 속에서 복제한 것처럼 비슷한 불안의 외침이 쏟아지자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금세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동질감이 희망처럼 수업 장소를 가득 메웠다.


그날 학생들이 보였던 변화는 비단 불안감이 빚어낸 연대 의식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잠시 멈춰 숨겨진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마음 상태는 어때?’

‘힘들어.’,

‘걱정스러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제각기 다른 선택 앞에서의 고민과 힘듦을 공감하고 경청하는 친구들의 관심이 불안감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서로 나누는 대화 속에서 깃든 토닥토닥 작은 위로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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