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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김민영, 노르웨이숲)

손 필사 1

by 하늘진주

숭례문학당 독서 리더 과정을 기본부터 심화, 혹은 고급 과정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한 달에 1번, ‘선택 논제 연구반’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평범해 보이는 이름의 모임이지만, 1년 남짓 걸리는 독서 리더 과정을 모두 수료한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선택 논제’라는 이름이 주는 스! 트! 레! 스!. 이 과정은 독서 진행을 하고 싶은 이끔이들을 위한 꽤 잘 짜인 훈련코스라고 생각한다. 그 수업 과정의 수장을 맡고 있는 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김민영 작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리여리한 분위기지만, 수업 때마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풍기는지…. 원래도 소심했던 나는 이 수업 내내 선생님과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가시기까지는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도 시간이 좀 흘러야 했다. (물론 선택 논제 연구반에서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 여전히 존재한다.)


“아니, 왜 그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모임을 계속하는 거야?”


‘선택 논제 연구반’에 낼 선택 논제 때문에 걱정하는 나를 볼 때마다 한 선생님이 웃으며 질문을 던진다. 맞아, 왜 나는 이런 힘든 과정을 내 발로 뛰어들었을까? 고통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이 연구반을 무척 좋아한다. 나는 왜 선택 논제 연구반을 좋아할까? 그리고 나는 왜 독서 모임을 하고 책을 읽을까? 이런 질문들을 답하기 위해서는 왜 독서 리더 과정에 발을 디뎠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숭례 문학당을 찾고 독서 과정을 수료했던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혼자 책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이 외로워서였고, 두 번째는 동네 엄마들과 진행하는 독서 모임이 항상 수다 모임으로 흐르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은 혼자만의 고독을 씹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기란 아무리 ‘책벌레’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 읽었던 부분 ‘활동 근력’이라는 내용이 무척 와닿았다.

“함께 하는 모임은 일시적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이 아닌 집중력과 지속력을 키우는 ‘활동 근력’입니다.”(p.5)


좋은 친구들과 예쁜 카페를 찾고 즐겁게 노는 일도 좋지만, 숭례문학당 독서 리더들과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선택 논제로 담소를 나누는 일은 다른 일을 계획하고 도모하는 것에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10년 넘게 유지되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독서 모임이 만날 때마다 ‘시댁,’ ‘아이들 공부’에 치우친 수다 모임으로 전락하는 것도 무척 안타까웠다. 같은 학교 학부모라는 공통점으로 만들어진 우리 모임은 강제성이 없어 책을 읽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꼭 필요했다. 너무 친하기에, 너무 익숙하기에 흐지부지되는 모임을 바꾸고자 독서리더가 되는 총대 메는 일을 스스로 자처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과거의 내가 왜 독서 모임을 유지하고 리더 과정에 열정을 쏟았는지에 관한 자취를 하나씩 찾아가는 기분이다.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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