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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의 검찰 개혁, 그 의미를 생각하다

by 하늘진주

내년 9월 창설 78년 만에 검찰청이 기소 기능을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자는 검찰청 해체와 부처 기능 재배치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로 강하게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서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출처: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20994.html)

1948년 제헌 이후 약 78년 동안 수사·기소 기능을 모두 담당해 온 검찰청이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한 기관의 권력 독점 논란은 한동안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달궜다. 이 법안 통과는 오래 붙어 있던 두 기능을 나누는 단순한 제도 변화라기보다, 한 시대의 개혁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변화의 문턱에서 걱정과 불안, 낯섦과 기대, 불만과 분노와 같은 여러 층의 감정을 함께 맞닥뜨리는 일은 어쩔 수 없을 듯싶다.


2025년 9월 26일, 이 법안은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의결되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졸속 심사”라고 정부조직법 처리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펼쳤던 국민의힘은 의원 전원이 투표에 불참했다. 끝끝내 반대를 외친 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단순히 정치색으로만 ‘반대’를 외쳤는지에 관해서는 궁금증이 남았다.


특정한 기관에 권력을 집중시켰을 경우 일어나는 많은 비극을 역사로 배웠다. 반대되는 여론은 ‘입틀막’으로 잠재우고 걸핏하면 ‘~카르텔 수사’라는 말로 검찰에 권력을 집중시켜 수사를 진행했던 예전 정부를 생각하면 검찰청의 구조 변혁은 당연한 시대의 부름이다. 힘이 없는 국민에게는 한없이 높았던 검찰청의 벽이 힘이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수사를 보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울분을 삼켰던가?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관이, 오랫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정부 조직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법안에 대해 서로 충분한 이야기가 나눴을까? 제도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뒤, 두 기관이 정말로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여러 걱정거리가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피어났다


새로운 체계가 도입되면 언제나 그사이에는 사람의 일, 시간의 일,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긴다. 제도의 변화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문제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종이에 적힌 ‘조직 개편’ 너머의 이야기다. 여러 정치 싸움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결국 우리 삶에 어떤 울림을 남길까 하는 점이다.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는 건 한 기관에 과한 힘이 쏠리지 않게 하려는 시도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키워 국민의 삶을 보호하겠다는 다짐이다. 묵힌 역사 속에서 고인 물을 퍼내고 새로운 형태를 모색한다는 점은 분명 용기 있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변화가 심도 있는 협의 없이 절차상 성급하게 진행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게다가 야당 역시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모양새가 단순한 정치공방으로 비치는 점도 안타깝다.

권력과 법안은 바뀔 수 있지만, 그 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과 시간이다. 권력은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법안 역시 이름뿐인 개혁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 되어야 한다. 그런 국가를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질문들을 꾸준히 던지고, 대답을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안을 정해진 날짜에 맞춰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변화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 시간을 성실하게 준비할 줄 아는 나라, 그런 법치주의의 품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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