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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Jul 03. 2022

홀로서기를 할 결심. 그 후, 모든 게 무모해진다.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닌, 독립할 결심을 했다며 나의 근황을 밝히면 응원과 함께 질문들이 이어진다.


“회사 이름은 정했어요?”

“사무실은 어디예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예요?”

“언제부터 일은 시작해요?”

“사업자는 냈어요?


정해진 것은, 독립을 해야겠다는 나의 결심뿐이다. 회사 이름은 생각한 것이 있으나, 명함이 나오면 제대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말을 아낀다.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 이제부터 하나씩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결심만을 전한다. 결심을 했으면, 절반은 시작된 거라고 위로하고 있기에. 근데, 문득 정말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내게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채워야 할 부분들이다. 그중에서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니, 나만의 사무공간이 있어야겠다. 사무실은 초반 세팅 등 비용이 부담되기에, 공유 오피스에서 시작할 생각이었다.


‘요즘 공유 오피스 많던데, 내가 가서 일할 작은 사무 공간이 없겠어?’

초반에는 나 혼자 사무실에서 준비할 계획이다. 명함 제작도 하고, 사업자등록 신청도 하고, 회사 소개서도 작성하고, 그 외 내가 미처 몰랐던 자영업자가 알아야 할 업무에 대해서 공부도 해야 한다. 1인 사무공간은 너무 좁고 답답하다. 처음부터 2인 사무공간에서 여유롭게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혼자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독립을 준비하는 나만의 일상을 흥미롭게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면서, 현실을 직시하였다.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 기분이다.


집에서 다니기 편한 동선을 고려한 몇몇 역세권 중심으로 ‘공유 오피스’를 검색하였다. 최근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브랜드의 공유 오피스에 연락을 해서, 방문 투어를 예약했다. 역에서도 가깝고, 근처에 즐길 수 있는 맛집들도 있는 좋은 위치다. 로비 라운지도 넓고 쾌적하다. 매니저와 간단하게 상담을 하면서, 월 이용료가 적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1년 계약으로 하면, 약간의 할인이 들어간다. 2인 사무공간은 책상 두 개로 꽉 채워진 공간이다. 창문도 없어서 답답할 것 같은데, 공간의 여유가 전혀 없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매니저를 마주하고, 나는 돈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공유 오피스에 대해서 너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비용은 저렴하고, 이용은 편리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틀린 말은 아니다.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과 이용 편의 등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상황과 현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초기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한 뒤,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의 SNS는 다양한 공유 오피스 광고들로 장악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자주 검색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광고의 타깃이 되어버렸다. 평소라면 광고는 무조건 삭제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 광고들이 너무 반갑다. 눈에 보이는 광고마다 클릭해서 들어가고, 내용을 체크한다. 괜찮아 보이는 곳은 상담 신청을 남긴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비교 분석해보자. 엑셀 파일에 공유 오피스 리스트업을 꼼꼼하게 정리해 본다. 이름이 알려진 곳이 아닌, 작은 규모의 공유 오피스도 다양하게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보는 글과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보고 문의하고 점검해야 한다. 이건 마치 신입 사원이 되어, 시장 조사 미션을 받아서 일하는 기분이다.


리스트업 된 공유 오피스에 기본적인 견적 문의를 한 뒤, 차례로 방문했다. 그동안 관심분야가 아니라서 몰랐는데, 정말 다양한 공유 오피스들이 있었다.


A 오피스는 외관은 그럴 듯 해 보이나, 안에 들어가 보니 암울한 고시원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기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매니저는 2개의 사무 공간을 보여주면서 금액을 얘기하는데,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왜 이렇게 큰 금액 차이가 나는 거죠?”라고 물으니, “저도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적혀있네요.”라는 답변에 어이가 없다. 잠시 후, 매니저는 금액을 변경해서 구차하게 다시 설명한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여기는 아니다. 바로 리스트에서 붉은색으로 표기한다.

B 오피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3층이다. 그 정도면 걸을 수 있다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창 측에 위치한 2인 사무공간은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프린트를 하려면, 출력할 문서를 USB에 담아서 로비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프린트 매수에 따라 비용은 별도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공유 오피스에서 일정량의 프린트를 지원해주고 있는 요즘, 이건 거의 퇴보 수준이다.  

C 오피스는 운영한 지 오래된 곳이다. 낙후된 느낌보다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담긴 안정적인 분위기다. 사무공간도 나쁘지 않다. 매니저와 상담을 한 뒤, 그 자리에서 2가지 버전의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D 오피스는 이번에 새로 오픈하는 곳이다. 모던한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사무집기들이 심플하다. 기본 견적은 저렴하지 않으나,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솔깃하다.

그 외 E 오피스, F 오피스, G 오피스 등등 직접 발품을 팔면서 다니는 건 꽤나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걸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면 후회할 일이다. 이제 시장 조사는 끝났다. 공유 오피스의 추세와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과연,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친구에게 얘기했다. “초반에 이렇게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어? 재택근무하면 안 되나?” 친구는 이런 비용을 최대한 아끼라고 말한다. 그 돈을 인건비에 더 보태라고. 맞는 말이다. 이런 비용을 아껴서 인건비에 보태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래도 새롭게 일하는 건데, 공간도 중요하잖아.” 나는 소심하게 말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고, 과하게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라고. “내가 20대였으면, 이런 외적인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할 텐데, 이제는 아닌 거 같아. 악착같이 돈을 벌려면 말이야” 너무나도 현실적인 냉정한 조언이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면… 실속을 차려야 한다.


아직 나에겐 수입이 없다. 당분간은 지출만 있을 예정이다. 언제까지 지출만 이어질지도 모른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사무실을 꾸리더라도 작품 계약이 없으면 계속 마이너스다. 결심을 하고,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아직은 앞이 선명하지 않은 안개 속이다. 직장인에서 벗어나, 독립을 한다는 건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이건 또 다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공유 오피스를 결정하고 나면, 그다음 스탭은 어디일까? 자욱한 안개는 언제쯤 걷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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