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독
"너를 바라보던 어둠이, 언젠가는 너를 데려갈 줄 알았어."
김윤아의 "독"이라는 곡의 한 소절이다. 이 곡이 수록된 김윤아의 솔로 4집 "타인의 고통"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음반이고, 앞으로 살아가며 이 기록은 더 견고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윤아는 지인이 세상을 떠난 경험을 이 곡에 담담하게 녹여냈다. "누군가 너를 구할 수 없었을까. 너를 데려간 어둠만이 허공을 떠도네."
날 구할 수 있는 건 결국, 종국에는 나 자신뿐이라고 생각해보곤 한다. 살고자 하는 강한 정신력이면 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다. 나를 살릴 여러 가지 수단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내재화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칠흑의 어두움이 담긴 노래를 통해 난 알 수 없는 힘을 얻고는 한다. 그것도 가장 힘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할 때, 이 노래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육체의 고통과 이에 얽힌 정신적 아픔은, 운동할 때 즐겨 듣는 업템포의 노래들로 쉽게 치유되지 못한다. 하지만 어두움을 노래하는 곡들을 들을 때, 나와 비슷한 사람이 노래로 투영되어 그곳에 존재함이 느껴지고 그 단순한 사실이,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차차 '고독' (모든 고통을 이 한 문장으로 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옅어질 즈음, 나도 그저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위로의 한 문장을 찾기보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그저 하나의 관념처럼 느껴져 온다.
그래서 숨 쉬는 것조차 힘에 겨워질 때면, 이젠 무의식적으로 이 노래를 귀에 꽂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설거지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