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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잰 인터뷰 Mar 08. 2024

제 짐이 용량을 초과했다고요?

나는 추가요금을 안 내려고 이 방법을 택했다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그 나라의 공항 운영 규정을 잘 알고 있다면 무난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규정을 알아도 지키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위탁 수하물의 최대 허용 무게를 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옷가지, 전자기기, 교과서 등 (학교 교과서는 대부분 표지도 두꺼운데다 300p는 족히 넘었다) 왜 그렇게 챙겨야 할 것이 많았는지 공항 저울에 수하물을 올려놓는 순간은 늘 조마조마했다. 참고로 유나이티드 이코노미 항공기를 기준으로 미국 공항의 수하물 1개당 최대 허용 무게는 50lb, 즉 32kg이다.

미국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떠나던 그 날도 나는 큼지막한 짐가방 두 개에 기내용 배낭을 하나 매고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에 못지 않게 커다란 짐가방 여럿을 힘겹게 끌고 다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짐을 부치며 홀가분해지는걸 보니 나도 빨리 이 짐덩이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부칠 짐을 저울에 올리며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였다. '제발 31.5kg, 아니 32kg여도 좋으니까. 32kg만 넘지 마라.' 그러나 나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저울의 숫자는 50lb를훌쩍 넘어섰다. 직원은 예상한대로 "extra charge"를 언급했다.


"Your baggage exceeds the weight limit. To check your bag, you will be required to pay an extra charge."

"Okay, hold on... I will just pack my stuff in two seperate bags."

"Okay, go ahead."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침에도 체중계 위에서 짐을 얼마나 들었다 놨다 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물론 그때도 내 짐은 적정 무게를 간당간당하게 넘을듯 말듯했지만 분명 32kg을 넘지는 않았었는데.


엄한데 화풀이하듯 나는 두 개의 거대한 짐가방을 철푸덕 바닥에 눕히고 열어젖혔다. 곧이라도 튕겨나올 듯한 옷가지와 운동화가 나를 반겼고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듯한 책 몇 권과 노트북을 하나 둘 빼내어 비교적 여유 공간이 있는 짐가방으로 옮겨 담았다. 괜스레 뒤에 줄지어 선 인파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따갑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다시 저울에 짐을 올려놓자 그 무게는 안전하게 합격 커트라인 안에 들었고 그제서야 나는 진정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짐가방은 무조건 규정에서 제시한 무게보다 1-2kg 여유롭게 챙기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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