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단상
어느 날 퇴근 후였다. 아이들이 레고 놀이를 하고 있었다. 레고 마을을 만들어 놓고 스마트폰 손전등 앱을 활용해서 건물 전등도 꾸며놓고, 스토리를 만들고 있었다. 낮과 밤을 연출하기 위해 거실 형광등을 껐다 켰다 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형광등을 껐다 켰다 하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혼난 적도 있었기에 웬만하면 On - Off 하는 것을 삼가며, 아이들에게도 지키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이날 아이들이 진원을 켰다 껐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정신 사납게 왜 그래? 전기세 많이 나오니까 절대 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아빠, 왜 이렇게 하면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거야, 형광등 전원을 켤 때 전기가 더 많이 소모되니까 그렇지!"라고 대답을 하고 돌아섰다. 순간, '내가 아이들에게 지적하고 있던 내용,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현재도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내 말은 과거에는 맞고 현재는 틀린 것이었다.
형광등은 내부의 유리관을 방전시켜 형광 물질의 반응을 통해 빛을 내는 것인데, 방전을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높은 전압이 필요하게 된다. 소모하는 전력량도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형광등 기술의 발전으로 형광등을 결 때 높은 전압이 필요하지 않아 잠시 동안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전기를 껐다 켰다 하는 것이 전기세를 더 줄인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 후 아빠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방금 전에 지적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아이들은 거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아이들 덕분에 책에서 보았던 관점의 전환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어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를 하면 삶이 바뀌는가?’ 독서를 통해 자기 성장을 하려는 사람은 위와 같은 의문이 드는 경우 가 있을 것이다. 우선 자신의 삶을 바꾸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그렇다. 가장 먼저 자신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서를 하면 생각이 바뀌는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고정관념은 진실인가?’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스스로가 믿는 이미지에 따라 행동하고 이해한다. 스스로가 진실이라고 믿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은 대중 앞에 서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스스로가 그 믿음을 진실이라고 믿고 평생 남들 앞에서 발표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고등 학생 중에 자신이 수포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은 수포자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면서 자신이 믿는 대로 정말 수학을 못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믿음대로 살아가며, 그 결과가 무의식 중에 행동으로 나오기 때문에 계속 그 신념이 강화된다.
책을 읽으면 자신이 믿는 이미지와 신념에 대해 찬찬히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바꿀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 당연한 것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고 내 안에 잘못된 생각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동안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니 집안일은 아내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집안 일과 육아를 당연히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간혹 내가 집안일을 하거나 육아를 하는 날이면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스스로도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안일도, 육아도 도우니 참 괜찮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40년이 넘도록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 그걸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완전히 바꿔버렸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만나면서 이제는 육아와 가사를 부부가 함께 해야 할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평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설거지를 한다. 샤워할 때는 비데를 청소하고, 자기 전에는 바닥 걸레 질을 한다. 주말에 청소기 돌리고, 세탁기 안에 물기를 제거하는 일, 건조기 필터를 닦는 일은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날이 좋으면 창문틀을 닦고 아이들만 데리고 놀이터나 도서관을 다니면서 육아와 가사에 지친 아내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준다. 물론 아내는 그 시간에 집 안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육아에서 벗어나는 여유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여보, 이거 좀 도와줘요.” 아내가 무언가를 부탁을 한다. “아니, 도와달라니요? 집안일도 내 일인데, 당연히 내가 해야지요.”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양성평등의 개념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비로소 알 게 된 것이다. 책의 힘은 놀랍다. 한 사람의 경계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또 책을 읽어 감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신념, 긍정적인 자아의 이미지가 내면에 차츰 더해진다. 독서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포용력을 길러준다. 읽고, 사색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선한 영향력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 갇혀 있던 사람이 외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자신의 문제를 넘어 환경과 빈부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왜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식사는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시켜준다. 독서는 나의 의식을 바꾸고, 마음을 넓혀주며, 열정과 꿈을 심어준다. 부정적인 신념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책은 최고의 나 자신을 만드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잘못된 신념을 무너뜨리고 조용한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나의 생각을 180도 바꾸었듯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