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머니가 된다?
2024년 7월 4일, 딸 민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2025년 2월이 예정일이라고 한다. 이 소식은 우리 가족에게는 완벽한 써브라이즈였다.
딸 민은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때 토론토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나와 남편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열이 조금만 나도 코로나 검사하고 격리해야 했던 살벌한 분위기여서 딸의 결혼식은 줌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사정 상 이미 동거를 시작했기에 결혼식을 빨리 하고 싶어했고, 코로나가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위 집 뜰에서 간소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가족도 하객들도 모두 줌으로 참석했다. 사위 부모님이 홍콩분이고 친구들이 대부분 토론토에 있어서 영어로 진행이 되었다. 우리 부부와 사돈부부는 스피치를 미리 영상으로 만들어 결혼식 때 틀어 주었다. 이렇게 우리 딸의 결혼식은 내가 그린 상상의 그림과 많이 달랐다.
사돈과의 관계도 영상으로 상견례 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이면 영상으로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얼마 전 딸이 이제 두 부모님들 일년에 두 번 정도는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딸이 이제 철이 들어 부모님 생각을 더 하는구나 싶어 흐뭇한 마음이었다.
대화를 좀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진을 몇장 보내라고 해서 사위가 크리스마스 때 우리 집에서 지낸 사진을 보냈고, 사돈 내외는 여행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보며 어떻게 지냈는지를 이야기하니 분위기 좋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의 사진 이야기가 끝나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우리 부부와 사돈 부부는 이게 무슨 사진이지 몰라 한참 들여다보는데, 사위가 말했다.
"아가 초음파 사진이에요. 이제 겨우 6주 되었어요"
"와우!". 소리가 절로 났다.
이미 할머니가 된 친구들이 많아 손주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지만, 실제로 나도 할머니가 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엄마가 되는 상상을 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내가 할머니가 된다? 우리 딸의 배 안에서 아기가 자라고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실 유튜브에 올라온 아기 영상을 틈틈이 보며 '이거 중독있네~' 하고 있던 터였는데, 나의 손주가 태어난다는 소식은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눈물이 다 핑돌았다. 우리는 이번 써프라이즈는 대성공이었다며 환한 얼굴로 영상 미팅을 끝냈다. 그리고 남편 얼굴을 보니 남편의 눈도 촉촉했다.
"여보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다 났어?"
"내가? 눈물을 흘렸다고? 나도 몰랐는데......."
이 써프라이즈 소식 이후 머리는 마구 바빠졌다.
딸과 사위는 뉴욕 맨하탄에서 살고 있다. 말이 뉴욕이지 터무니 없는 렌트비와 물가, 더러운 거리와 지하철 등 아기를 키우며 지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도시다. 아기가 태어나면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고,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3개월의 육아휴직 이후에는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에 대한 대책도 찾아야 한다. 나는 기껏해야 1달 정도 산후조리를 해 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손주 맞이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어떻게 아기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지를 딸을 관찰하며 기록해 볼까 한다. 내가 아가를 가졌을 때에는 몰랐던 세심한 변화들을 기록하며 할머니로서 내가 할 일을 찾아 행해 보려 한다. 나는 한국에 있고, 우리 사돈은 토론토에 있고, 딸과 사위는 뉴욕에 사는 상황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육아가 진행이 될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순간들을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