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취향은 고백함에 있어 머뭇거림을 동반한다.
진라면 순한맛을 더 선호한다고 말하거나 마블 영화는 아이언맨 1이 마지막이고 해리포터는 친구 따라 본 불사조 기사단이 유일하다고 말할 때, 된장찌개와 미역국에는 마늘은 넣지 않는 편을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 ‘근-본’을 모른다는 메세지가 포함된 약간의 경악을 받아본 일이 있어서 몸을 좀 사리게된다.
혼자서는 술보다 커피를 즐긴다고 고백할 때면 커피의 풍미를 즐길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머쓱하고 영화와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면 그런 것들을 심도있게 즐기는 사람 특유의 지혜가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된다.
대신 책 사는 행위를 좋아한다거나, 잘 모름에도 커피를 즐긴다고 하고 예전에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라디오처럼 재생할 뿐이라는 식의 변명을 습관처럼 덧붙이곤한다. 아, 그러고보니 어쩌면 편견은 나의 것인 듯도 하다.
평냉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는, 다소 날것의 반응을 마주하고 조금쯤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종종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보며 소중한 평냉메이트 하나를 얻어냈다.
그러지 말아야지. 나의 선호를 밝히는 일에 굳이 변명을 덧붙이진 말아야지, 몇 번이나 다짐하지만 관성을 거스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