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에 쓸 육수용 멸치를 꺼냈는데 새삼 머리와 내장이 손질되어 있어 잠시간 횡설수설이었다.
문득 이것이 사랑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먹는 밥 한 끼, 편하고 맛있으라고 멸치 머리와 내장을 따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 매번 반찬통이 무겁다고 툴툴대는 나를 보내며 한동안 내 식탁이 쓸쓸하지 않을 것이라 기쁘다는 모습에 이게 웬 고독하고 지독한 짝사랑인가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자신이 있었는데, 멸치를 꺼내들자마자 보잘 것 없는 내 마음의 형태에 의기소침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