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결국 디카페인 원두를 주문했다. 커피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오늘은 기필코 일찍 자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며칠간의 수면 부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낮잠을 자버린 탓에 새벽 3시를 넘겼지만 여전히 정신이 또렷해 좀 큰일이다.
영상매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지 사흘만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어째서 있는지 알게된 어제, 청소와 빨래를 빼고 내가 행한 작은 기적은 밍기적. 영상매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활자를 읽을 때 집중하게되는 감각과 날렵하게 깎이는 듯한 생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활자에는 다음 생각을 위한 자원이 끊임없이 제공된다는 점도 그렇다.
나머지 이유는 최근에 들인 빔프로젝터이다. 그래도 책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일단 책을 펼치기만 하면 금방 집중이 시작되곤하니까. 하지만 슬기로운 영화생활을 위해 들인 빔프로젝터로는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10분 남짓한 영상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탓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인 영화나 드라마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몰입하고있는 내가 그렇지 않은 때의 나조다 조금 더 낫게 느껴지는데 대형자본에서 대중의 소비 특성을 파악해 제공하는 컨텐츠의 바다는 늪과 같다.
아무래도 나를 잘 들여다보기 위해 전화기와의 의식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