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다.
가령, 좋아하는 마음은 영영 변하지 않아야 하고 한 번 별로라고 분류한 것은 꾸준히 싫어해야 할 것만 같은. 관계의 경중을 따져 팔 밖의 관계는 조금쯤 노력 밖의 일이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너무나 쉽게 변하는 마음에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버거웠던 때가 있다. 해서 스물의 관계를 여든까지 변치않고 유지하는 것이, 불변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의 숙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스물의 내가 아니고, 하루하루를 죽음에 가까워지며 넓어졌다 좁아지거나 얕아졌다 깊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묻는 영화를 처음 본 날에 관계의 종말에는 어쩌면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느 때에 나는 가해자가 된 것 같은 죄책감으로 자리에 멈춰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 정도로 변화가 변절처럼 느껴졌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여전히 스스로이다. 짧게는 몇 시간 단위로 변화하는 마음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초면의 내가 퍽 곤란한 얼굴로 인사해온다. ‘안녕? 이 모양인 나는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