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팀 만들기
좋은 리더십은 통제보다 신뢰를 설계하는 데서 완성된다.
처음부터 팀이 스스로 굴러가진 않았다.
작은 스타트업, 적은 인원.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리더십이 당연했다.
프로젝트의 기획 방향부터 문서 하나, 슬랙의 짧은 메시지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내 손을 거쳤고, 실무에 대한 판단도 결국 내 몫이었다.
내가 챙기면 더 빨리 갈 수 있었고, 의사결정도, 분위기도 명확했다.
그 방식은 나름의 속도를 만들었고, 결국 그런 문화가 팀에도 뿌리내렸다.
하지만 팀이 커지고, 동료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보틀넥이 되고 있었구나. 나를 너무 자주 바라보는 팀에게 결국 내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겠구나.
그때부터, 작지만 단단한 결심을 했다.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팀을 만들자. 내가 없으면 더 잘 굴러가는 팀을 만들자.
하던 일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중간관리자와 각 프로젝트 오너십을 분명히 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의사결정 체계를 정리하고, 팀 안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구조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그건 단지 업무 위임이나 분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가 빠졌을 때 팀이 불안하지 않도록, 신뢰가 흐르는 구조와 정보의 맥락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만 알고 있던 의사결정의 배경을 정리해서 팀 위키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주 질문 받던 이슈는 아예 템플릿으로 만들어 공유했고, 각 담당자들이 더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조금씩 관여의 범위를 줄여나갔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다.
익숙했던 일에서 손을 뗄 때 "정말 괜찮을까?"라는 불안이 스쳤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귀에 들리는 토론이나 슬랙 메시지에도 괜히 나서지 않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은 잘 굴러갔다.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프로젝트 오너들이 더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굳이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팀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건 무관심한 리더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팀이 만든 문서를 꼼꼼히 읽었고, 결과물이 올라오면 슬랙에 이모지를 달았다.
작은 칭찬 하나, 사소한 피드백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손은 놓되, 마음은 늘 팀에 닿아 있어야 했다.
그게 내가 배운 새로운 리더십이었다.
단지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성장의 무대를 준비하는 일.
돌아보면,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팀은 결국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내가 애써 하나하나 챙겼던 경험들이 감사하게도, 정말 운이 좋게도, 서서히 시스템이 되어 팀 안에서 흐르고 있었다.
리더는 결국, 스스로 사라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팀에게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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