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회사가 전부였던 나, 그리고 다시 찾은 나의 뿌리
몰입은 나를 키웠고,
균형은 나를 지켜냈다.
스타트업에 있을 때, 나는 회사와 나를 분리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분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회사라는 무대가 곧 나의 무대였고, 팀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였다. 일이 잘 풀리면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일이 흔들리면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몰입은 힘이 됐다.
밤늦게까지 자료를 만들면서도 '내가 지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고, 투자사와의 미팅에서 작은 성과를 만들어낼 때면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벅찬 기쁨이 있었다. 주말에도 머릿속에서 일 생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즐거운 고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몰입이 곧 전부가 될 때, 나는 회사의 성과만큼 흔들리고, 회사의 위기만큼 지쳐버린다는 사실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뿌리가 회사에만 의존해 있을 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세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제야 '개인의 삶'이라는 또 다른 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일의 성취와 별개로—내가 지켜야 할 일상과 관계, 스스로를 위한 시간들이 필요했다.
그것들이 있어야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시 일에 몰입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리더십은 결국 회사만의 언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리더라는 역할을 오래+건강하게 감당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개인이 단단히 서 있어야 했다.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은 여전히 내 일부지만, 이제는 그 몰입을 지탱해 줄 또 다른 뿌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몰입은 나를 키웠고, 균형은 나를 지켜냈다.
그리고 두 가지가 함께할 때, 리더십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타트업리더십 #워라밸말고 #스스로단단히서는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