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삶과 리더십 사이에서

제15화. 회사가 전부였던 나, 그리고 다시 찾은 나의 뿌리

by Alicia in Beta


몰입은 나를 키웠고,
균형은 나를 지켜냈다.


스타트업에 있을 때, 나는 회사와 나를 분리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분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회사라는 무대가 곧 나의 무대였고, 팀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였다. 일이 잘 풀리면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일이 흔들리면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몰입은 힘이 됐다.

밤늦게까지 자료를 만들면서도 '내가 지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고, 투자사와의 미팅에서 작은 성과를 만들어낼 때면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벅찬 기쁨이 있었다. 주말에도 머릿속에서 일 생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즐거운 고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몰입이 곧 전부가 될 때, 나는 회사의 성과만큼 흔들리고, 회사의 위기만큼 지쳐버린다는 사실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뿌리가 회사에만 의존해 있을 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세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제야 '개인의 삶'이라는 또 다른 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일의 성취와 별개로—내가 지켜야 할 일상과 관계, 스스로를 위한 시간들이 필요했다.

그것들이 있어야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시 일에 몰입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리더십은 결국 회사만의 언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리더라는 역할을 오래+건강하게 감당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개인이 단단히 서 있어야 했다.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은 여전히 내 일부지만, 이제는 그 몰입을 지탱해 줄 또 다른 뿌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몰입은 나를 키웠고, 균형은 나를 지켜냈다.

그리고 두 가지가 함께할 때, 리더십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타트업리더십 #워라밸말고 #스스로단단히서는것부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향과 실행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