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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제17화. 배움이 습관이 될 때,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by Alicia in Beta


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부족했다. 사람도, 시간도, 자원도.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전략이 아니라, 빠르게 배우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학습은 어느 한순간에 "이제부터 배우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실패가 쌓이면 좌절로 끝나기 쉽고, 성과가 나면 안주하기 쉬웠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야 배움이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팀의 습관이 될지 늘 고민이 많았다.


나는 처음엔 회고만 잘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

매주 회고하고, 그 주의 한 일과 실패+성과를 돌아보며 개선점을 도출했다.

하지만 역시나 회고만으로는 학습이 문화로 자리 잡기 어려웠다.

회고를 위한 회고, 기록된 액션 아이템보다 당장의 업무에 치이며 좋은 인사이트도 흩어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방식을 바꿨다.

배움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 안에 심는 것부터 시작했다. 제품을 릴리즈할 때마다 이번에 꼭 확인하고 & 배워야 하는 것을 사전에 정리했다.

회고도 숫자와 맥락을 함께 보았다. 단순히 뭘 했다, 지표가 올랐다/내렸다가 아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 어떤 가설을 검증했는가"도 함께 집중했다.

배움이 공유되고 재사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문서화, 데이터 대시보드, 그리고 누구나 꺼내쓸 수 있는 양식(KPT/4Ls/Sailboat 등 회고 양식, 실험설계서/PRD 등 제품문서 양식, 마케팅 현황판 등)


이러한 사소한 장치들이 하나둘씩 오랜 시간 쌓이자, 팀은 점점 변화했다.

창업 초기와 비교하면 나 자신부터도 많이 달라져있었고, 팀의 문화란 게 점점 손에 잡힐듯 형성되고 있었다.


돌아보면 학습하는 조직은 특별한 열정이나 누구 한 명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배움이 시스템에 녹아들어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 떠나도 경험이 자산이 되고, 실패가 와도 다음 시도가 가능했다.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건 늘 속도라고 하지만, 사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건 배움의 축적 속도였다.

실패와 성공을 흘려보내지 않고, 하나씩 배움으로 바꿀 때 팀은 비로소 오래 살아남았다.

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시스템이다.



#스타트업리더십 #무럭무럭 #문화와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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